[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언급한 마감시간이 끝났다. 북한은 30일을 기점으로 ▲상호 비방중상 행위 중지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핵재난 막기 위한 상호조치 등을 골자로 하는 중대제안을 발표했었다. 북한의 중대제안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 이은 것으로 위장평화공세나 명분 쌓기용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중대 제안’에 대해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극이나 비방중상을 전면중지하는 길에 들어섰다”며“흩어진 가족ㆍ친척의 상봉 분위기도 마련하고 금강산관광도 재개하며 여러 가지 북남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북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신년사-중대제안-공개서한-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통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을 국가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고 장성택 숙청 이후 국가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30일 이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군 당국도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행동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설 명절 연휴기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는 있지만 북한군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분석은 김정은이 중대발표 이후 연이어 북한 대남침투 전담 특수부대의 훈련을 참관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군 당국은 당시 특수부대가 훈련에서 사용한 AN-2기에 주목한다.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렵고 이착륙이 쉽다는 점에서 기습공격에 쓰일 경우 위협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남 군사도발 시 행동대장 역할을 할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수행한 것도 주목된다.
북한이 그동안 유화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도발을 해왔던 패턴도 감안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신년 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뒤 그해 3월 천안함 폭침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미국도 우리군과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북한의 대미관계, 핵 외교, 내부상황'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김정은이 앞으로 더 도발적이고 예측불가능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태평양군사령관 역시 "김정은의 이성적 판단 능력이 의심된다"고 분석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김정일이 김정은 후견인으로 정한 7명 중 5명이 숙청됐다"며 "김정일의 측근, 특히 장성택 도움을 (김정은이) 받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의 철권 통치에 따라 사기가 저하되면서 군부와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은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핵문제 해결도 힘겨운 도전을 받고 있어 현재로선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이 위험으로 점철돼 있다"고 전망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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