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 애플 소송서 삼성·구글 공조 강화…평화적 협력 모델 제시해 애플에 '소송꾼' 이미지 각인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와 구글이 특허 상호공유 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삼성·애플 소송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양측은 대(對)애플 소송에서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애플과는 정반대로 평화적 협력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혁신보다는 소송에 집중하는 애플을 압박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7일 구글과 양 사 간 상호 호혜 원칙에 따라 광범위한 기술·사업 영역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양 사는 기존에 갖고 있는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되는 특허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구글은 삼성·애플 소송에서 지원군 역할을 확대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자체의 특허 침해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애플의 소송이 사실상 삼성전자가 아닌 구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 가운데 나온 양 사 협력은 향후 삼성·애플 소송에 대한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 양 사 실무진이 특허 협상 중이고 다음 달 최고경영자(CEO)급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양 사의 특허 소송이 지속될 경우 향후 삼성전자는 구글 특허를 활용해 대응하는 등 공동 대응을 확대할 전망이다.
애플을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대표급 기업이 특허 소송 없이 사전에 상호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구글은 이번 협력을 통해 무분별한 소송보다는 기술 혁신을 위한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포괄적이고 평화적인 협력을 통해 애플에 '소송꾼' 이미지를 덧씌우며 애플을 압박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은 소송을 남발하는 글로벌 IT 업계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특허 소송을 앞세운 소모적·배타적 경쟁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 상호 협력을 통한 혁신과 성장 모델을 IT 업계에 정립하는 데 양 사 협력이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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