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한창 일하는 우리들이 회사 분위기를 직접 바꾸는 건 어떨까?'
현대자동차, 대한통운등의 파업 문제로 시끄러웠던 지난해 5월. 동부대우전자 충무로 사옥에서 특별한 발대식이 열렸다. 대리·과장들이 분위기 쇄신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사내모임 프레시보드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동부그룹 인수 후 10개월간 프레시보드는 캠페인, 바자회등 다양한 활동으로 기업 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 화합의 창구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은 사내 모임이 전사적인 조직문화 전도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은 노사 화합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시간을 1년여전으로 돌려보자.
2013년 1월 8일은 동부대우전자(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직원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무려 13년간의 워크아웃을 끝내고 동부그룹과 최종본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워크 아웃 상태에서 신입으로 입사했던 대리 과장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가장 시급했던 건 회사 내 패배의식을 없애고 동부그룹 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었다. 프레시보드의 의장인 김전욱 동부대우전자 대리는 "회사가 잘되면 우리생활도 같이 나아지고 애사심도 생기는 것인데 채권단 아래서 그런 생각을 가지긴 힘들었다"며 "회사내 부정적인 패배의식이 팽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대리·과장급 사원들이 모여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 문화를 바꿔보기로 했다. 노무·영업·기획 등 각기 다른 부서의 인원들이 모이니 소통도 잘됐고 문화를 전파하기도 쉬웠다.
인수 후 동부그룹과 대우전자의 문화를 융합시킬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했던 회사측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활동이다보니 직원들의 호응 또한 좋을 것으로 기대됐다.
프레시보드의 의장인 김전욱 동부대우전자 대리는 "서로 으쌰으쌰 일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지금의 프레시보드를 만들었다"며 "한창 일하는 대리·과장들과 회사측의 열망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위에서 만든 문화를 수용하기보다 스스로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자 했던 이 모임은 노사 화합의 창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년간 프레시보드의 활동은 경영진들이 추진해온 성과주의와 호봉제 도입 등의 문화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노사가 함께 아래·위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셈이다. 프레시보드는 지난해 업무 간 전화예절을 강조한 굿매너 캠페인을 실시했으며 첫 자산바자회도 열기도 했다.
워크아웃에 짓눌려 조직문화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던 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회사 임원들은 바자회에 고가의 물건들을 선뜻 내놓으며 행사 흥행에 앞장섰다. 채권단 시절 인수기업만 입에 올리던 직원들도 각종 캠페인 참여와 조직문화 개선에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5월로 1년이 되는 프레시보드는 앞으로 본사와 광주 공장·부평 연구소에서 따로 활동 중인 조직간 연계를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김 대리는 "좋은 회사란 결국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더 즐거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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