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활동지수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터키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 시장이 차례로 폭락세를 보였다.
파장은 선진국까지 옮겨갔다. 중국 경제 부진에 더해 신흥국 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증시도 일제히 크게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23일(현지시간) 달러화에 대해 16%나 떨어졌다.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환율시장 개입을 사실상 포기하자 투매현상까지 나타났다.
터키의 리라화,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브라질 헤알화도 연이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터키 리라화는 중앙은행이 2년 만에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방어에 나섰지만 장중 달러 대비 2.2977리라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국가들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 상당량의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이들 국가의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통화시장은 더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에 향후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이 신흥국 통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선진국 증시도 크게 흔들렸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에 비해 175.99포인트(1.07%)나 떨어졌다. 장중 한때 200포인트 넘는 하락세를 보일 정도로 크게 흔들린 모습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0.89%나 떨어졌다. 앞서 마감했던 유럽증시에서도 런던 FTSE 100지수와 독일 DAX 30지수가 각각 0.78%, 0.92%씩의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의 월가에선 마침 시작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성장 둔화가 현실화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애덤 그림스 웨이버리 어드바이저스 수석 투자책임자는 “신흥국 통화시장에서 향후 2~3일간 매도세가 계속되면 증시는 훨씬 더 큰 폭의 하락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1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가 아직 충분히 회복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FRB의 출구전략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급격한 자본유출 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1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9.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이며 반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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