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대남도발을 언급하면서 "철통같은 안보태세에 만전"을 주문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3박4일간의 인도 국빈 방문을 마치고 스위스로 떠나기 전에 국방부를 비롯한 외교안보 관계부처의 장관들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19일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제안을 '선전 공세'라고 규정한 것은 북한의 최근 유화 제스처가 군사적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정부의 판단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17일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하자 북한이 같은 날 자신들의 '중대제안'을 수용할 것을 재차 촉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이날 남한 정부가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을 수용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대남도발 등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천명한 것은 이번 제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북한이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도 올해 초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은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지난 16일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주장을 분석하고 큰 틀에서 대응 방향을 설정한 데 이어 외교안보부처별로 북한의 예상 시나리오를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작년 12월 초 개별부대 사격훈련 등을 시작으로 동계훈련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연대·대대급 부대의 기계화부대 기동훈련, 보병부대 행군, 포병 실제 사격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한다면 서해나 국지도발보다는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동요할 수 있는 북한 내부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해선 대외적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 장관은 "김정은 집권 2년째를 맞은 북한이 내부에서 권력 재편을 위한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군부 세력이 득세할 경우 도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국지전은 물론 전면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북한군이 올 들어 4개월간 군단장을 절반 이상 교체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4~7월 4개월간 군단장 5명을 교체했다. 4개월간 1·2·4·5군단장이 교체됐고 5군단장은 4월에 이어 지난달 말 또다시 바뀌었다. 9개 군단으로 구성된 북한군 전체 군단장의 56%가 최근 바뀐 것이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남북관계는 지난해 초 제3차 핵실험 직후의 상황처럼 다시 악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이 올해 초 정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 삼아 대남도발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서는 북한 군부 등 내부에서 특이 동향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은 않더라도 대남 선전선동과 비방 공세를 계속하면서 체제 결속을 도모할 공산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체제가 불안해진다면 과거 경험적 사례를 볼 때 대남 도발이 잦아질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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