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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임자 측근이라며 왕따"‥자살 고민하는 공무원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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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의 한 구청 소속 간부 공무원이 장기간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재택 근무를 하면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인권 유린은 물론 혈세 낭비, 인사권 남용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침해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 소속 4급 공무원인 이모(60)씨는 벌써 10개월이 넘게 집에서 이른바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딱히 하는 일은 없어 사실상 놀고 있는 셈이다. 아내는 남편이 보기 싫다며 아침을 차려 준 후 외출해 버리고, 기르고 있는 개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놀아 주면서 시간을 보낸다. 점심은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지겨울 땐 집 근처 한강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 직장 후배들로부터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지인들도 이씨와 어울리면 찍힌다며 만나기를 꺼린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36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쌓아 놓은 것들이 다 허물어졌다. 나와 어울리면 피해가 간다는 게 알려지면서 후배들이나 지인들이 경조사 연락도 안 한다"며 "자식이나 집 사람 볼 면목도 없고,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남들이 이럴 때 자살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호소했다.


몇 년 전까지 이씨는 구청의 요직이란 요직은 다 섭렵해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게다가 정년퇴직까지는 아직 1년5개월이 남아 있는 '현직'이다. 그런 이씨가 출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역 사회에서 왕따를 당한 끝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은 구청 측에서 이씨에게 보직이나 일거리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 9급으로 입사해 36년간 공직생활을 한 이씨는 강남구청에서만 30년가량 근무한 토박이형 공무원으로, 그동안 강남구청에서 자치행정과장, 감사과장, 재정국장, 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씨의 '고난'은 2010년에 시작됐다.


자신으로부터 동의를 받지도 않고 서울시로 강제 전출을 보내는 것에 승복할 수 없어 인사 소청 심사를 제기해 승소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후 구청의 한 간부가 찾아와서는 "후배를 위해 명예퇴직을 하라"고 한 것을 거부했더니 파견 기간이 끝나고 지난해 3월 강남구청으로 돌아온 후 왕따가 시작됐다. 구청 측에서는 아무런 보직과 일거리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사무실에 책상도 내주지 않았다. 몇 차례에 걸쳐 '갑갑해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지만 "그냥 집에 있으라"는 말만 돌아왔다.


현재 이씨는 10개월째 집을 지키며 놀고 있다. 구청의 국장 자리 하나가 비어 있고 엄연히 이씨가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후배가 직무대리로 일하고 있을 뿐이다. 강제 전출과 직무대리 임명 등은 인사 규정에 어긋난 부당한 조치지만 딱히 이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비리나 무능 등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이씨는 "그랬으면 감사를 당해 벌써 공직에서 쫓겨났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상담도 여러 번 갔다 왔다. 집사람이 '나쁜 생각은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해 간신히 견디고 있을 뿐"이라며 "집사람과의 사이도 멀어지고, 하루 종일 갈 데가 없어서 집에서 놀고 있는 게 너무나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올 6월부터는 정년 퇴직을 위한 공로 연수에 들어가 '노후'를 즐길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자신의 상황을 털어 놓는 이유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현실이 후배들에게 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자신처럼 '전임자의 사람'이라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복지 부동의 심화ㆍ줄 세우기ㆍ편 가르기 등 공직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어렵고, 결국 후배 공무원들과 민원인, 국가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놀면서 월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몹시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강남구청 측은 17일 오전 취재 기자가 수차례에 걸쳐 전화를 통해 사실 확인ㆍ입장 표명 요청을 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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