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및 25개 구청에 도시계획위원 명단 공개 요청한 결과 강남구만 비공개 결정...국민권익위 이미 지난해 10월 "폐쇄적 운영 문제 많아...공개하라" 권고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 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유독 폐쇄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고집해 논란이다. 강남구는 상급 기관인 서울시는 물론 나머지 24개구도 모두 공개하고 있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법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난해 10월 각 지자체들에 권고한 공개 지침도 정면으로 위반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아시아경제는 지난 2일 정부의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통해 각 서울시 및 산하 25개 구에 각자 운영하고 있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명단(직업 및 직장명 포함)의 공개를 요청했다. 시민들의 중대한 사적ㆍ공적 이익을 좌우하는 도시계획 관련 심의 업무를 담당하는 시 및 각 구청 도시계획위원회가 어떻게 구성ㆍ운영되고 있는 지 파악하기 위한 취재의 일환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나머지 대부분의 구들은 지난 12일까지 도시계획위원들의 명단을 정보공개시스템 내부에 첨부파일로 게시하거나 이미 자체 홈페이지에 걸려 있으나 찾아가서 읽어 보라는 등 전부 또는 일부 공개 결정을 통보해왔다.
가장 빨리 정보를 공개한 곳은 송파구ㆍ노원구로 이틀만인 4일 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이어 양천구ㆍ성동구ㆍ강북구 등이 3일 후인 5일 정보를 공개했다. 영등포구ㆍ구로구ㆍ마포구ㆍ도봉구ㆍ용산구ㆍ광진구는 일주일이 지난 8일 정보를 보내왔고, 동작구ㆍ강서구ㆍ금천구ㆍ중랑구는 9일 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강동구, 종로구, 은평구, 관악구, 서초구, 성북구, 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등 9개 구도 11~12일 사이에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을 일부 또는 전부 공개했다.
하지만 유독 강남구는 지난 10일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왔다. 사유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상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왜 다른 24개 구와 서울시도 공개한 정보를 강남구만 공개하지 않느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법령에 따랐을 뿐이다. 다른 구청들이 어떻게 공개를 결정했는 지는 내가 알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남구의 비공개 결정은 우선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당시 국토해양부 및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에 도시계획위원회 명단 공개를 권고했다.
국민권익위는 그러면서 "그동안 각종 개발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심의위원,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며 "자치단체장이 우호적인 민간위원을 위촉하여 심의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특혜논란에 따른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강남구의 상급 기관인 서울시의 방침에도 어긋난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적극적인 정보 공개 정책을 실시하면서 지난해 3월 이미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그동안은 위원들에 대한 로비 가능성ㆍ협박 등 신변 위협 등을 명분으로 명단 공개를 꺼려왔지만, 이보다는 "중요한 공적 결정을 하는 기구가 사회적 감시와 책임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을 적극 수용한 조치였다.
한편 서울시와 강남구는 구룡마을 개발 방식 등을 둘러 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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