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금 없는 성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째 계속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펴낸 '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 임금 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이 그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을 재투자하기보다 사내유보하는 기업저축의 증가와 더불어 임금 없는 성장을 2008년 이후 우리 경제의 양대 구조적 특징으로 꼽았다.
임금 없는 성장이란 경제 전체는 성장하는데 실질임금은 정체되는 현상을 가리키기 위해 박 연구위원이 만들어낸 말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2년 4분기부터 2007년 4분기까지 5년간 합계 17.6%였는데 그 뒤 2007년 4분기부터 2012년 4분기까지 5년간 -2.3%였다. 이런 실질임금 정체로 2008년부터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 계속 더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임금 및 물가 관련 통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큰 변화는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임금은 과거에도 몇 차례 정체된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오랜 기간 정체되고 있는 것은 개발연대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사상초유의 일이라고 박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실질임금은 2년반가량만 정체된 뒤 왕성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1997년 이후 지금까지 물가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실질임금이 정체된 것은 그 사이 명목임금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뜻이다. 임금생활자들이 생활형편의 장기간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질로 답답증을 느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고용 없는 성장'에 대응해 고용증대에 집중하는 동안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임금 없는 성장'이 자리 잡은 셈이다. 이는 내수성장을 억제해 경제역동성 회복을 가로막는다. 임금 없는 성장은 과실이 없는 무의미한 성장이다.
게다가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임금 없는 성장의 주된 원인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인구고령화에 있기 때문에 의식적인 분배개선 노력 없이는 그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한국경제는 고용증대와 임금향상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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