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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ㆍ기술ㆍ산업의 뒷풍경④]가스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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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불어가며 켰던 석유곤로의 추억
버튼 한번이면 간편하게 '주방의 혁명'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요리를 하려면 음식 재료 외에 한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불이다.

지금은 가스레인지로 누구나 쉽게 불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불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무척 큰일이었다. 원시시대에는 불꽃을 얻기 위해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치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1900년대 초까지 주로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이렇게 만든 불씨는 전적으로 여자들이 관리했는데 자칫 잘못해 불씨를 꺼뜨리면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주방에 취사기구가 등장한 것이 40년도 채 되지 않았다면 믿을까.

1970년대 초, 주방의 취사기구는 아궁이와 연탄불, 석유풍로였다. '석유곤로'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석유풍로는 이동이 편하고 석유만 부어주면 어디서나 불을 쉽게 지필 수 있었기 때문에 현대식 주택에서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기름 냄새가 심한 데다 화재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높이가 낮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장시간 요리를 할 경우 허리나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기 쉬웠다.


그러다가 가스레인지가 등장했다. 1969년 금성사(현 LG)가 한국 최초의 가스레인지를 개발한 데 이어 일본 린나이와 합작해 만들어진 린나이 코리아도 가스레인지를 출시했다. 당시엔 대부분의 가정에 가스가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실적은 극히 미미했다.


1986년에는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했고, 이듬해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 가정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스가 널리 보급되자 주방의 혁명이 시작됐다. 가스레인지는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1983년 100가구 당 9.1대 꼴이던 가스레인지 보급률은 4년 만에 68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1991년 가스레인지의 보급률이 90%를 넘어서자, 비슷한 디자인에 비슷한 기능을 가진 가스레인지들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각 기업은 독자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 창출에 나섰다.


스마트(Smart)가 키워드로 자리 잡은 2000년대에 들어서자 가스레인지도 스마트하게 진화했다. 예전에는 가스 불을 켜놓고 잠이 들어 음식을 태우거나 화재가 일어나곤 했는데, 최근에 출시되는 가스레인지는 용기의 바닥 온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해 화재를 예방한다. 또한 신소재로 만들어진 가스레인지는 열효율을 높여 가스비를 줄여주고 요리 시간도 단축해준다.


이처럼 똑똑해진 가스레인지는 최근에도 계속 성장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년 1ㆍ4분기 가스레인지 생산량은 46만9345대로 전년 동기의 45만4340대보다 15.4% 늘었다. 2012년 상반기 가스 조리기기 수출액은 1754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하는 등 해외 수출량도 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스레인지가 본격 사용된 것은 30년도 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 산업은 짧은 시간 고속 성장했고 일렉트로룩스, 세란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기업이 국내 문을 집요하게 두드렸지만 시장을 지켜냈다.


세계 가스레인지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목표를 100m 거리로 환산했을 때, 우리나라 산업은 이제 30m쯤 왔다고 볼 수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강점을 지닌 한국 가스레인지가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날이 기대된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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