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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 민원?…거액자산가가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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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들어주고 억대 리베이트 요구
손실 나자 민원 제기해 원금 회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당한 민원인가, 블랙컨슈머인가. 보험계약을 하면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막상 원금손실을 보게 되자 민원을 제기한 김모(51)씨의 얘기가 보험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선박회사를 운영하던 김씨는 2009년 8월 A생명에 다니는 보험 설계사 박모(57)씨를 만나 한 가지 제의를 했다. 거액의 보험을 들어줄 테니, 이에 상응한 리베이트를 달라는 것.


누가 먼저 리베이트를 제의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암묵적 합의를 했다. 김씨는 그때부터 2012년 7월까지 3년에 걸쳐 박씨를 통해 변액보험 39건을 계약했다. 이 기간 김씨가 납입한 보험료는 무려 82억9000만원에 이른다. 대부분 김씨 본인 이름으로 가입했다. 설계사 박씨는 이 계약 덕에 2010~2011년 2년 연속 A사의 보험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김씨가 거액의 보험을 가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씨는 본인 재산과 회사의 수익금 수십억원을 대부분 가족 등 친인척 명의로 관리해 왔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김씨는 차명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흩어져 있는 재산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돌려놓기 위해 보험 상품을 택했다. 보험에 들어간 돈은 과세당국에 발각될 확률이 낮다는 점을 노렸다.


보험료 납입 과정에서도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김씨는 매월 수백만~수천만원의 보험료를 모두 현금으로 납부했다. 단 한 번도 계좌이체를 이용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박씨는 큰손 고객의 일이라 짐짓 모른 체했다. 이 정도 거액을 현금으로 거래하면 통상 '자금세탁의심거래(STR)'로 볼 만한 개연성이 짙지만 박씨는 물론 보험사도 이를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박씨와 김씨 간의 달콤한 동행은 2년간 지속됐다. 그러나 김씨의 보험료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2011년 주식시장이 출렁이며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주가연계 상품인 김씨의 변액보험 수익률 또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씨는 급기야 "계약 당시 설계사가 원금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했다"며 보험사인 A사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A사는 변액보험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라며 거절했다.


다급해진 김씨는 2012년 7월 금융당국에 "보험 계약 당시 불법 영업이 있었다"며 보험료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또 다른 민원을 제기했다. 김씨가 지목한 불법 영업은 '리베이트 거래'였다. 실제 보험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요구대로 매 건마다 수백만~수천만원의 리베이트가 건네졌다. 보험 계약이 이뤄진 3년간 김씨에게 제공된 리베이트는 모두 9억6000만원에 달했다.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한 덕일까. 결국 김씨는 그동안 받은 리베이트를 모두 반납하는 조건으로, 보험회사로부터 손실분 23억원을 포함해 원금 전체를 돌려받는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김씨와 박씨 모두 끝은 좋지 않았다. 박씨는 해당회사에서 해고됐고, 김씨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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