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급 기준 휴대폰 시장 규모 2050만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난해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가 2000만대를 간신히 넘기면서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올해는 '2000만대 벽'마저 무너져 '국산폰 혹한기'에 들어설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제치면서 누렸던 '스마트폰 강국'의 위상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3일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에 따르면 2013년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는 2050만대 수준으로 집계됐다(공급기준). 이는 당초 우려했던 수준인 2000만대를 넘겼지만 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2007년 2000만대에 육박한데 이어 2008년 2300만대, 2009년 2350만대, 2010년 2200만대, 2011년 2500만대, 2012년 2300만대로 꾸준히 2000만대 규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단속과 스마트폰 시장 포화가 겹치면서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그나마 상반기에는 1월 200만대를 유지하는 등 선전했으나 하반기 들어 월평균 150만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잃었다.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폰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07년 2000만대에 육박한 이후 아이폰 돌풍에 따른 스마트폰 시장 개막, 그리고 롱텀에볼루션(LTE) 도입 등으로 한동안 시장이 활황기를 맞았다"며 "하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인구의 75%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있는 데다 신제품 교체 주기까지 늦춰지면서 연간 규모가 2000만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2007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자체의 구매 매력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단말기가 주도하는 분위기도 저물고 있다"면서 "올해는 2000만대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도 여의치 않다. 유럽과 미국 시장이 정체기에 돌입한 데다 과열 경쟁으로 실적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주가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각각 4.59%, 1.41% 하락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국산폰 혹한기와 글로벌 시장 침체가 스마트폰 강국의 위상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커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테스트 베드'라는 점에서 국산폰 혹한기와 미국과 유럽 시장 침체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2012년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면서 획득한 스마트폰 강국 이미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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