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일본인들의 90%는 자국 브랜드 자동차를 탄다. 특히 이들 자동차 3대 중 1대꼴인 경차는 일본 밖에선 찾아볼 수도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저렴한 승용차가 필요해 개발된 경차가 세계시장에서 팔기엔 너무 작은데다 가격도 비싼 탓이다.
미국의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일본의 국민 승용차인 초미니 경차가 외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일본 시장 진출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의 3대 자동차 브랜드들은 최근 열린 도쿄 모터쇼에 3년 연속 불참했다. 최신형 자동차를 선보여도 일본 시장에서 판매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수입자동차에 대해 무관세다. 하지만 일본의 진출한 외제차 제조사들은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일본 정부의 세제 혜택과 안전성,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경차 선호가 높아서다.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자국민들의 입맛에 맞춘 경차 기술 개발에 애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이처럼 세계적인 흐름과 다른 일본의 자동차 시장 분위기가 일본을 ‘갈라파고스’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태평양의 외딴섬 갈라파고스는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조사한 장소다.
쇼지 시게루 폭스바겐그룹 일본 법인 대표는 “일본시장은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인기있는 모델이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만드느라 세계 시장에서 고전한 일본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복사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이 경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미래 성장 시장을 위한 기술 개발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초소형 경차가 인구 밀도가 높은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반박도 나온다.
하지만 다임러의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와 같은 다른 외국 경쟁업체보다 더 작아 유럽 고객들에게 맞지 않고 소형차 수요가 높은 신흥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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