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골프장의 허와 실] 3. "무기명 공짜손님에 어머나" 골프장 경영 악화

시계아이콘01분 5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투자비 회수 위해 무기명 회원권 남발, 이용객 많을수록 적자 '기현상'

[한국골프장의 허와 실] 3. "무기명 공짜손님에 어머나" 골프장 경영 악화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며 등장한 무기명회원권이 골프장 경영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20wo@asiae.co.kr
AD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부킹, 말 그대로 티타임 예약이다.

골프장이 턱없이 부족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근교의 선호 시간대를 예약하려면 거액의 커미션을 지불해야 했다. 부킹전용 전화가 등장했고, 브로커까지 존재했다. "부킹 담당자는 1년에 집 한 채는 거뜬히 장만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회원모집이 어려워지자 바로 이 부킹에 대한 수요를 메리트로 탄생한 게 무기명 회원권이다. 가격이 비싼 대신 주말부킹 특혜에 여러 명이 동시에 회원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만능회원권'이다. 당연히 가격이 올라갔다. 문제는 무기명 회원이 많을수록 골프장 경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비 회수의 동력이 시간이 지나 골프장 경영악화의 주범으로 돌아온 셈이다.

▲ '아주 특별한 회원권' 무기명= 시장의 수요는 충분했다. 1980년대 기흥과 뉴서울, 88 등이 강남의 명문으로 먼저 자리 잡기는 했지만 회원 수가 많아 부킹이 쉽지 않았다. 대안이 '회원의 날' 정도였다. 통상 한 달에 주말 2회, 회원들끼리 치는 날이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접대골프가 급증하면서 용인권에는 신원과 아시아나, 은화삼 등 이른바 신흥명문 '빅3'가 탄생했다.


월 2회 확실하게 주말예약을 보장해 주는 조건을 앞세워 최초의 억대 회원권을 분양했다. 하지만 회원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골프회원권은 기명식, 등록된 사람에 한해서 예약과 사용이 가능하다. 예약한 정회원이 입장을 못하면 예약 불이행에 대한 패널티가 따르고, 무단으로 비회원에게 예약을 양도하거나 위임하면 패널티가 더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원 수대로 회원권을 살 수도 없어 누구나 예약하고 사용할 수 있는 회원권이 절실했다. 무기명이 등장한 배경이다. 카드를 지참하면 누구나 회원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틈새상품인 셈이다. 기업에서는 초기에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결과적으로 기명 회원권보다 유용하고,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됐다. 골프장 입장에서도 효자상품이 됐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이사는 "외환위기 이후 회원권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신규 분양시장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있었던 시기"라며 "(무기명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비에비스타는 실제 회원권이 2억원이었던 2000년대 초반 무기명을 무려 8억원에 분양했고, 호황기 때는 30억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계열의 파인크리크 20억원, 프리스틴밸리와 아난티클럽서울 등도 10억원에 육박하던 시절이었다.


▲ "골프장 경영은 어떡해"= 가격이 너무 높아 아무나 구입할 수 없었던 무기명은 그러나 신설골프장에서 투자비 회수를 위해 남발하면서 그 가치가 떨어졌다. 법인 수요를 위해 출발했지만 한계에 이르자 타깃을 개인까지 확대하면서 특혜는 많아진 반면 가격은 낮아졌다. 골프장으로서는 당장 투자비 회수가 급했지만 결과적으로 운영 적자를 가중시키는 주요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무기명의 남발은 주중으로도 이어졌다. 비에이비스타에 이어 휘닉스파크와 남춘천, 로얄포레 등이 합류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갖가지 특혜가 더해진 것도 나중에 '부메랑효과'로 돌아왔다. 관련업계에서는 "주중회원권의 경쟁자는 타 골프장이 아니라 은행의 이자율"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지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골프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00골프장이 이상하다. 4억, 5억짜리 무기명을 남발하더니 요즈음은 조건을 살짝 변경해 2억5000만원에 분양한다. 나도 이곳 무기명이 있는데 가을에는 평일, 주말 통틀어 00(계열골프장) 부킹도 못해봤다.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도 자리가 없다. 그런데도 부킹을 보장한다며 계속 분양하고 있으니 이판사판인가?"


댓글이 더 가관이다. 한 네티즌이 "(해당 골프장에) 부킹사이트를 이용해 그린피 10만원에 몇 번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했다. 회원도, 그것도 일반 회원보다 입회금이 더 높은 무기명 보유자도 예약이 안 되는 마당에 비회원에게 예약시간을 내 준 셈이다.


무기명 회원은 그린피를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이 많을수록 골프장으로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분양은 했지만 비회원을 받아야 그나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관련업계에서는 "(해당 골프장은) 주말에 손님이 꽉 차도 하루 매출이 몇천만원에 불과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며 "매출 때문에라도 회원 입장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설명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