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최종의사 관건…동양증권은 대규모 구조조정 中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동양증권 조기매각을 법원이 승인하며 국내 10대 증권사 중 첫 외국계가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다만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배상규모, 유안타증권의 단독입찰 여부 등이 변수로 꼽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이종석)는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요청한 동양증권 조기매각을 허가했다. 양 사는 동양증권 지분 27.06%를 보유한 대주주다.
법원 관계자는 “매각 허가 신청 접수 후 채권단과 신청인 등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들은 뒤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론냈다. 매각주관사 선정 등 통상적인 매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수 후보 1순위는 대만 유안타증권. 이 회사는 지난달 동양증권의 인수의사 타진 후 직접 실사단을 꾸려 한국까지 날아왔고, 최근 2주간의 정밀진단을 마치고 돌아갔다.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하면 처음으로 외국계 10대 증권사가 나오게 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동양증권의 자본은 1조1166억원으로 10위에 올라있다. 국내서 외국계가 보유한 10대 증권사는 기존에 없었다.
유안타증권으로서는 2번째 해외 증권사를 인수하는 셈이 된다. 이 회사는 2007년 베트남의 FSC(First Securities Company)를 인수하며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485만달러(약 50억원)를 들여 FSC의 지분을 기존 43.84%에서 100%로 늘렸다.
다만 실사를 마친 유안타증권이 얼마만큼 인수에 적극적일지는 관건이다. 12일 기준 동양증권의 시가총액은 2951억원으로 대주주의 지분가치는 796억원가량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나 더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20~40% 프리미엄을 적용했을 경우 동양증권 매각가는 960억~1120억원을 오갈 것으로 추정된다. 유안타증권은 한 해 순수익(지난해 기준 1336억원)의 대부분을 동양증권 매각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인수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동양증권 공개입찰에 유안타증권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할지도 변수다. 유안타증권은 이미 실사를 마친 상황이라 단독 입찰일 경우 이르면 연내 인수 계약 타결까지 가능하지만, 경쟁사가 나타날 경우 최종 계약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검사 중인 동양증권 불완전판매의 범위와 배상 규모도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서는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회사채ㆍ기업어음(CP) 가운데 50%가량이 불완전판매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의 예상보다 불완전판매 배상 규모가 커질 경우 인수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안타증권은 2004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 때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동양증권은 최근 임원 40명 중 22명을 보직해임했다. 업계는 동양증권이 몸값 높이기를 위해 일선 직원에 대해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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