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혹시 나 너 좋아하냐?”, “혹시 나 너 보고 싶었냐?”, “넌 왜 맨날 이런 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고? 3개월간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 ‘상속자들’의 명대사다. 이게 바로 김은숙 작가의 힘이다. 다소 유치하고 낯설지만 이상하게 와 닿고, 들을수록 좋다.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도 매우 중요하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저변에는 ‘명대사의 힘’이 존재한다.
김은숙 작가는 가슴 저릿한 슬픔과 먹먹한 감동, 달콤한 로맨스, 싸늘한 냉소와 뼛속까지 시린 독설 등 다양한 감정을 담은 명대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톡톡 튀는 어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파리의 연인’에서는 “애기야, 가자” “내 안에 너 있다” 등의 대사로 모든 여자들이 ‘애기’가 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이후 2010년 ‘시크릿 가든’에서는 “이게 최선입니까?”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라는 닭살을 부르면서도 한번쯤 듣고 싶은 대사로 마음을 설레게 했다.
‘상속자들’ 제작사 측은 “김은숙 작가는 마법과도 같은 대사들로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캐릭터를 완성하며 로맨틱 드라마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품은 종영을 앞두고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더욱 치솟아 눈길을 모았다.
처음 ‘섹시하고 사악한 격정 로맨스’라는 광고 문구를 봤을 때 많은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데다 식상한 재벌들이 이야기라는 점이 끌리지 않던 이들도 많았던 것.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방송을 거듭할수록 장기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상속자들’이 전파를 타기 전, “새로운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위한 에피소드나 대사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며 “무대를 고등학교로 옮겼을 뿐 사실상 어른들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상속자들’은 신데렐라스토리, 비현실적인 설정, 조금은 오글거리는 유치한 상황이나 대사를 품고 있지만 자꾸만 궁금하고, 보고 싶고, 보다보면 어느새 눈물이 나는 이상한 드라마였다. 이는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과 작가의 필력, 섬세한 연출 삼박자가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지루하지 않고 무겁지 않은 드라마 전개와 생동감과 균형감이 넘치는 캐릭터 구성, 로맨틱한 감성을 한껏 자극한 ‘김은숙표 드라마’는 그렇게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썼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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