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수입을 더한 무역규모가 올 들어 누적치로 오늘이나 내일 중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연말까지는 1조716억달러가량에 달해 3년 연속 연간 수출액이 1조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런 무역규모는 세계 8위에 해당한다. 무역수지 흑자액은 연간 430억달러 정도가 되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실적으로 어제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무역의 날 기념식은 잔치 분위기였다.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7년 뒤인 2020년에는 무역규모 2조달러를 달성해 세계 무역5강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무역종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자부해도 좋을 일이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초 이후 50여년간 '수출만이 살 길'이라 외치며 쉴 새 없이 달려온 결과다. 수입 증가도 우리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출품 제조를 위한 원료ㆍ부품 수입과 국민의 수요 충족을 위한 소비재 수입이라는 두 측면에서 수입의 꾸준한 증가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50여년간의 무역증가 속도가 앞으로 그대로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동차와 전자통신기기 등 주력 수출분야의 세계시장은 점점 포화상태로 가는 동시에 국가 간 공급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신흥국가들의 세계시장 진출도 우리 수출기업들에 위협적일 정도로 활발하다. 국내 제조업계의 해외 생산시설투자 확대가 국내 생산기반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더 나아가 위축시킬 수 있다. 잠재성장률 저하 추세는 수입수요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최근 수출과 무역흑자의 동시 확대에 대한 해외로부터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원화 환율의 저평가에 대한 불만을 거듭 표시하고 있다.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리밸런싱(재균형화)'을 촉구했다. 수출 주도에서 내수 주도로 성장방식을 바꾸라는 얘기다. 장기적 균형성장을 위해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긴 하다.
그러나 수출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그런 경제성장 구조조정을 달성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국내경제와 대외무역 양 측면에서 지속적인 확대균형을 실현할 묘법을 찾아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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