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 어제 소환조사…청와대·법무부 등 현 정부 개입 밝혀질 땐 사안 더 심각해져
[아시아경제 신범수, 전슬기, 정준영 기자] 검찰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부를 열람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54)을 4일 저녁 소환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영수 부장검사)는 조 행정관을 상대로 채군 가족부에 대한 불법 열람을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53)에게 요청한 경위와 누구의 부탁에 의한 것인지, 조 국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개인정보를 어떤 용도로 썼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채 전 총장의 혼외자 파문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4일 "민정수석실 조사결과, 시설 담당행정관 조모씨가 지난 6월11일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하고,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또 "조 행정관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모씨로부터 요청을 받고 조 국장에게 부탁을 한 것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채군의 개인정보를 검색하라고 지시한 자가 누구냐를 밝히는 것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작업의 첫 단추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법무부·청와대 등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윗선의 실체는 검찰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사안이지만 일단 코너에 몰린 원 전 원장을 꼽을 수 있다. 만일 청와대나 법무부 등 현 정부가 개입돼 있다면 사안은 더 위중해진다. 현 정부의 정통성 시비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조 행정관의 혐의를 사실로 확인했지만 그 과정은 개운치 않다. 처음엔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는 조 행정관의 말을 전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갔다가 추가 증거(조 행정관과 조 국장이 교환한 문자메시지)가 제시되자 "사안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 모든 정황이 드러나면서 조씨를 직위해제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채군의 개인정보를 확인해야 했을까.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김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함으로써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김씨나 조 행정관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의 부탁 동기 혹은 부탁 사실 여부는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당장 "이래서 특검을 하자는 것"이라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행정관은 '별 뜻 없이' 이런 일에 개입됐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처음엔 "그런 일이 없었다"며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낼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청와대 공무원이 '현직 검찰총장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불법적으로' 열람 요청했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지만, 청와대로서는 조직적인 개입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해명하고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진 셈이다.
이야기를 더 복잡하고 냄새나게 만드는 것은 김씨의 정체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안행부로 복귀했다. 일단 그가 채 전 총장의 '공직기강'에 관심을 둘 개연성은 있으나 이미 안행부로 원대복귀한 시점에서 굳이 그럴 이유는 적다. 또 다른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배후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다음 단계다. 안행부는 김씨에 대한 자체 감찰에 착수했으나 모든 것이 안행부 차원에서 속 시원히 밝혀질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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