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석 달 연속 둔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회원국들의 10월 평균 인플레이션은 1.3%로 전달(1.5%)에 비해 하락했다. 중국 등 OECD 비회원국이 포함되는 주요 20개국(G20) 물가상승률 역시 같은 기간 2.9%에서 2.8%로 0.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물가상승률 둔화로 각국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추가 부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아니 적어도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축소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OECD 물가상승률 1.3%는 각국 중앙은행이 제시한 목표치 2.0%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는 지난 7월 2.0%까지 올라 정점을 찍은 뒤 석 달 연속 둔화하면서 이제 4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각국의 통계를 보면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스위스 등 유럽 5개국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떨어졌다. 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소비자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구매를 늦춰 물가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경기둔화가 촉발된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경우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경기부양책을 유지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추가 부양책을 펼칠 수도 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물가상승률이 0.7%로 급락하자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ECB는 추가 대응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로 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이날 유럽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10월 유로존 도매물가(P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 2009년 12월 이후 4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도매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직접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저조한 10월의 유로존 PPI로 인해 ECB가 다시 행동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저널은 글로벌 경제가 상승기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회복세가 위축되고 경기후퇴에 대한 공포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편, 10월 유럽과 미국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본 물가오름세는 전달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신흥시장 물가 오름세 역시 둔화됐다. 반면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는 인플레이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