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8시간 이상을 꼼짝 없이 의자에 앉아 생활한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앉아있으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 몸은 혈액순환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시키는데, 대부분 눈에 보이는 증상에만 관심을 둔 뿐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선 무심하다.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신체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위 중 하나는 '다리'다.
◆하지정맥류 방치하면…=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정맥 내에는 혈액의 역류를 막는 판막이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판막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정맥류는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해 혈액의 역류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종아리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구불구불해지고 겉으로 튀어나온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피로해진다. 그대로 두면 피부가 검게 변하는데, 이는 정맥류 내에서 혈전(피떡)이 형성되고 모세혈관 벽 밖으로 빠져 나온 적혈구 성분이 피부를 검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운동부족, 혈액순환 장애를 이유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환자는 2008년 12만명에서 2012년 14만4000명으로 4년새 2만명 넘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여성 환자는 9만8000명으로 남성 환자(4만6000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등의 호르몬 변화로 혈관이 약해지기 쉬운 탓으로 분석된다.
안형준 경희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한 번 생긴 하지정맥류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발병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로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완벽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증상에 따라 주사경화요법, 레이저·고주파를 이용한 치료, 병든 정맥류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 등을 실시한다. 안형준 교수는 "최근에는 이상 있는 정맥을 모두 제거하는 전통적인 정맥류 제거술보다 혈관 내 레이저 치료법이 많이 사용된다"며 "레이저 치료는 발생한 열을 이용해 정맥 내 혈관내피세포에 손상을 줘 병든 정맥을 제거하기 때문에 통증과 흉터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리가 무겁다면? 이건 꼭!= 하지정맥류가 있다면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는 것이 좋다. 안 교수는 "잠을 잘 때 쿠션이나 베개에 다리를 올려놓으면 낮 시간 동안 하체에 뭉쳐있던 혈액이 중력에 따라 심장으로 쉽게 흡수돼 부종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용 압박스타킹도 도움이 된다. 압박스타킹은 일반스타킹과 달리 일정한 압력으로 종아리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도와 정맥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너무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틈틈이 발목 돌리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 종아리 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해본다.
반대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양반다리 자세가 대표적이다. 최근 유행하는 스키니진과 부츠도 다리 건강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다리에 딱 붙어 혈관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만도 경계해야 한다. 안 교수는 "비만인은 정상인보다 체내에서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많다"면서 "정맥이 늘어나기 쉬운 조건일 뿐만 아니라 정맥 벽에 지방이 축적되며 혈관이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