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업계, 노조 VS 사업자…의견 팽팽
감차재원 마련 방안,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 '쟁점'
경유택시 등 연료다변화 방안 두고도 부처 간 이견 표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지난 1년여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택시산업 발전방안 해법찾기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택시업계와 택시운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명목의 비용보전이 핵심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국회와 정부, 택시 관련 4대 단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발길을 돌린 이유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절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국토교통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대 단체와 함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택시발전법)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박상은 국회 국토위 교통소위원장(새누리당·인천 중구·동구·옹진군)은 모두발언을 통해 "택시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택시발전법과 관련한 내용을 허심탄회하게 말해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오후 6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선 정부와 사업자, 노조 3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적정 택시 수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감차 재원 문제와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에 대해선 입장이 확실히 갈렸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은 전액관리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여서 노사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16~17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었지만 이 같은 지적이 반영돼 폐기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택시발전법에 포함된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반면 근로자들로 구성된 양대 노조는 운송비용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택시업체의 경영정상화와 투명경영 확립, 지입제·도급제 등 택시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이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또 업계는 택시의 대수를 줄이는 감차에 대해선 동의했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정부와 이견을 보였다. 택시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건 정부의 정책 실패이기 때문에 감차 재원도 정부가 대야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택시 감차 시 보상을 실거래가로 하되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택시 한 대당 13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업계가 받는 유가보조금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택시발전법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나왔다. 유병우 개인택시사업자연합회 회장은 "현재 정부의 택시법이 업계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서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택시의 연료다변화 방안 중 하나로 논의 중인 경유 택시 도입에 대해 환경부 등이 반대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유 회장은 "외국에선 이미 경유 택시가 운행 중"이라며 "연료다변화를 위해 경유에도 유가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지난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중교통법)'의 재의결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갑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중교통법을 국회서 재의결해 결과를 보고 정부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관련 단체를 한 자리에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각기 다른 입장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회의에 참석한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감차 보상재원 마련과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이 쟁점"이라며 "연료다변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는 법안 통과와는 별도로 오는 28일 국가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감차를 전제로 한 지원방안 등 택시산업발전 종합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택시 지원방안으로는 연료다변화, 공용차고지 건설, 근로복지기금 설치, 택시 운임 적정선 평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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