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위한 인선작업이 한창이다.
빌 게이츠 창업자의 뒤를 이어 10년 이상 회사를 이끌어온 스티브 발머 CEO의 퇴임 이후 누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을 이끌 것인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그는 스마트폰시대와 태블릿 PC시대의 개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한때 철옹성과 다름없던 이 회사의 영향력과 조직 이곳저곳에 균열만 남기고 물러난다.
그런데 MS에서 사라지는 것은 발머 CEO만이 아니다. 발머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직원 상대평가시스템인 '스택랭킹'도 이 회사에서 사라진다. 재미난 점은 오히려 이 사안이 미국 재계의 관심거리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사라지는 것이 화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경영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쉽게 넘겨볼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MS의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을 1∼5등급으로 나눠 평가해야 했다. 일정한 비율의 직원이 반드시 최상등급과 최하등급으로 구분지어졌다. MS의 직원들은 이 야만적인 제도가 팀워크를 저해한다며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일정 비율을 맞추기 위해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도 나쁜 평가를 해야 하는 폐단도 불거졌다.
이 평가 방식은 제네럴일렉트릭(GE)이 처음 도입한 것이다. MS 외에도 많은 기업들 효과가 있다며 이를 도입했다. 평가를 통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하위권에 있는 직원들을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상황이 달라진 것일까.
사내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보다는 팀워크을 강조하는 기업경영문화 속에서 혁신이 탄생하고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가치가 탄생한다는 현실을 MS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나서야 인식한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이다.
마침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MS의 성과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없다. MS가 이번 조치를 속도, 창의성, 팀워크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도 운용상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파악했다는 인정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도 상대적 평가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MS의 이번 조치를 접한 후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상대평가가 팀워크를 파괴한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여전히 상대평가에만 집착하는 경영자와 인사담당자가 있다면 리사 브루멜 MS 인사담당 부사장의 발언을 새겨듣기를 조언한다. 그는 “새로운 인사 평가제도는 다른 사람과 얼마나 협력하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내 경쟁에서 승리한 인재만을 육성하는 것도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인재가 다른 이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조직의 융합과 팀워크를 해치고 나아가 새로운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사회는 어느 때 보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초일류라던 MS의 예는 인재의 관리와 평가, 육성에 대한 많은 이론들과 교과서들도 다시 써야할지 모른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정부, 공공기관, 기업의 인사담당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숙제'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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