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중국 정부의 '방공(防空)식별구역' 설치를 놓고 주변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 군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부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24일 "중국 정부가 어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제주도 서쪽 상공에서 우리 군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겹친다"며 "면적은 폭 20㎞, 길이 115㎞로 제주도 면적의 1.3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23일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는 이어도 상공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분쟁 방지를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협의를 통해 중첩되는 구역이 없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공식별구역에는 이어도 상공이 포함돼 있지 않아 논란도 예상된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방공식별구역은 6·25 전쟁 중 설정돼 이어도가 빠져 있지만 이후 설치된 일본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이어도를 포함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작전구역(AO)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별개의 개념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으로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는 못한다. 우리 군의 방공식별구역은 1951년 극동 방어를 위해 설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경기 오산과 대구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전국의 장거리레이더가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는 모든 항공기를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고 있다. 예고 없이 외국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침범할 경우엔 추가 경고방송을 한 뒤 공군 전투기들이 요격에 나선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일본의 반발도 거세다.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에 즉각 항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요네무라 도시로(米村敏朗) 내각위기관리감 등을 총리 공저로 불러 직접 대응책을 협의했다.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총리관저), 외무성, 방위성 등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를 열어 정보수집을 서두르는 한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의 경계,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즉각 주일 중국대사관을 통해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대립 사태를 격화시키는 조치라고 엄중 항의했다.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지역이 들어가는 등 일본이 이미 설정한 방공식별구역과 폭넓게 겹친다. 이에 따라 센카쿠 등을 둘러싼 중·일 간 긴장 관계는 앞으로 더욱 고조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당일 중국군 정보수집기 2대를 센카쿠 열도 북방 동중국해의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켰다. 이에 일본 역시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중국의 일본 영공 침범은 없었으나 중국 TU154 1대는 센카쿠 영공 약 40㎞까지 접근한 후 북상했다. 또 다른 정보수집기(Y8)는 센카쿠 북방 약 600㎞ 부근의 동중국해를 비행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당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하며 항공기가 중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긴급 군사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와 중국 간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면적은 일본과 중국 간 식별구역이 서로 겹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일부 중첩되는 부분은 협의를 거쳐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중국과는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핫라인이 설치돼 있어 분쟁 소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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