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자녀 직업선택기준…연봉>적성, 화이트칼라>블루칼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학부모 가운데 적지 않는 이들이 자녀의 직업선택에 있어서 적성보다 연봉을 더 따지고 직업에 귀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7211명의 진로관을 측정한 결과를 담은 '학부모의 진로관과 진로교육 실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직업선택, 직업과 성 역할, 직업가치, 직업존엄 등 네 영역에서 각 문항을 5점 척도(1점 매우반대∼5점 매우 찬성)로 점수를 매기게 하는 방식으로 학부모의 진로관을 측정했다.

직업의 가치를 보수나 안정적인 생활 등에 두는 학부모는 72.7%인 반면 이상실현이나 즐거움, 적성을 중시하는 학부모는 20.3%에 불과했다. 문항별 척도를 보면 '취미에 맞는 직업보다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직업을 선택'(3.54점), '적성ㆍ능력에 맞더라도 보수가 적으면 택하지 않음'(3.42점), '직업선택에서 보수가 가장 중요'(3.35점) 등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의 이유는 생계유지보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은 2.71점에 이었다.

학부모의 67.5%는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고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을 선호했다. '존경받는 직업과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의 구별은 당연함'(2.95점), '직업에는 귀천이 있음'(2.99점)에 강한 반대를 보이지 않았지만 '노동직보다는 정신적 직업 선호'(3.50점), '자녀의 직업으로 머리 쓰는 직업 선호'(3.50점)에 동의하는 경향이 높았다.

직업에서의 성 역할에 개방적인 학부모는 63.1%였다. '여자는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좋음'(1.95점), '여자는 남자보다 승진에 관심이 없음'(2.04점)에 반대 경향이 높았다. 학부모들이 진로 정보를 얻는 경로는 주로 '친구, 학부모 등 지인'(55.3%)이나 'TV, 라디오 등 방송매체'(54.9%)였다.

학부모진로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는 20.6%에 불과했다. 자녀가 특성화고로 진학한 학부모의 진로교육 참여율은 11.0%로, 특목고(38.1%)나 자율고(33.8%)로 진학한 자녀를 둔 학부모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학부모의 진로교육 참여율은 관리직(21.3%)이나 전문직(20.5%)이 높은 반면 생산직(11.3%)이나 농어민(14.7%)은 낮은 편이었다.

보고서는 "보수나 안정적인 생활에 직업적 가치는 두는 진로관,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을 선호하는 진로관을 가진 학부모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자녀의 바람직한 직업선택을 저해하고 서열화된 직업관을 가지게 할 우려가 있다"며 "학부모 진로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참여를 잘 하지 않는 학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