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부채비율을 120%대로 낮추기 위해 창사 이래 가장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한다. 지난주부터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최고 단계를 가동하고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반납, 자회사와 출자회사 지분 매각, 본사 부지 처분 등을 통해 총 6조원 이상의 현금흐름(캐시플로)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전은 11일 "6조원 이상의 재무 건전성 강화 대책으로 부채비율을 15%포인트 이상 낮출 것"이라며 "자구 노력 실행력 확보를 위해 국내 부문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재무 개선 특별위원회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한전의 부채(본사 기준)는 55조원으로 부채비율은 133%다.
우선 부장 이상 임직원 전체는 내년과 내후년에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도 노조원을 제외한 전체 임직원(5000여명)이 일부를 반납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지급 예정인 2013년도 성과급은 10~30%, 내후년 나오는 2014년도 성과급은 50% 이상 반납하게 된다. 최근 공기업이 연이어 내놓은 자구책 가운데 성과급 반납에 차장급이 포함된 것은 한전이 유일하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조치로 내년 연봉을 기준으로 사장은 월 급여액의 36%, 임원은 28%, 부장 이상은 14%를 매월 반납하게 된다"며 "올해 목표인 흑자 경영을 달성한다면 반납 규모는 적절하게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가능한 자산도 모두 팔기로 했다. 한전은 이를 위해 한전KPS·한국전력기술 등 자회사와 LG U+·한전산업개발 등 출자회사 지분을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매각 시기와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것이 한전의 계획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본사와 양재동 강남지사 사옥, 안양부천 열병합 발전소 부지 등 입지 여건이 좋은 '알짜' 부동산도 처분한다. 특히 본사 부지는 단순 매각이 아닌 매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찾는다. 현재 본사 부지의 공시지가는 1조4000억원 상당이다. 1997년부터 보유하고 있는 무주 덕유산 리조트 회원권 등 콘도 회원권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자산 매각 외에도 불급 사업 축소, 설계 기준·공법 및 품셈 개선 등을 통해 사업비를 최대한 절감하고 업무 추진비 등 경상경비 지출을 최소화해 재무 개선에 힘을 보탠다. 이를 통해 연간 5000억원 상당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 사업의 경우 경제성을 면밀히 분석해 5900억원의 신규 투자 집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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