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2월 17일 진해 해군기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제2차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딴, 최신 유도탄 고속함인 윤영하함의 취역식이 거행된 것이다. 우리 해군은 여태까지 전투함의 함명으로 도시나 호수 혹은 산 봉우리의 이름이나 역사 속 위인의 이름을 함명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동시대의 인물, 그것도 공을 세운 전사자의 이름을 쓴 것은 윤영하함이 처음이다.
▲고속정? 고속함?= 일반적으로 해군의 전투함 하면 이지스 구축함과 같은 대형 함정을 떠 올리게 된다. 하지만 해군에는 대형 함정 외에도 소형 함정으로 분류되는 고속정과 고속함이 있다. 500톤(ton) 미만의 함정을 일반적으로 “정”으로 표기한다. 고속정은 작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빠른 속력을 우선시 한다.
보통 30~40노트(시속 55~74km)는 기본이고 어떤 고속정은 50노트(시속 92km) 이상의 최고 속도를 자랑한다. 시속 100km를 가뿐히 뛰어넘는 자동차에 비하면 속도 면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거친 파도를 헤치고 항해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다.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의 경우 500톤을 초과하여, 해군에서는 고속함으로 표기하고 있다.
▲차기 고속정의 개발= 우리 해군의 고속정은 연안 방어의 핵심 전투함이다. 오늘날 해군의 주력 고속정이라고 할 수 있는 참수리급 고속정은 지난 1978년 건조되었다. 총 70여척이 건조된 참수리급 고속정은 대 간첩 작전, 북방 한계선 작전, 어로 감시, 항만방어 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참수리급 고속정은 지난 제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에서는 격전 끝에 북한군 경비정을 대파시킨바 있다.
그러나 제2차 연평해전에서는 북한군과 교전 과정에서 참수리급 고속정 1척이 침몰하고 장병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군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적 함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성능이 향상된 차기 고속정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검독수리-A로 알려진 차기 고속정(PKX) 사업은 2004년 한진중공업에서 기본설계완료 후, 2005년 8월부터 2년여의 건조기간을 거쳐 지난 2007년 6월 28일에 1번함의 진수식이 거행하였다.
▲위력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윤영하급=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에는 76mm와 40mm 함포가 탑재되어 있다. 그 동안 76mm 함포는 해군 전투함 가운데서도 1000톤이 넘는 함정에만 탑재되었다. 그러나 제2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군 경비정에 참수리 고속정이 많은 기관포탄을 명중시켰지만, 위력이 약해 함정을 격침시키지 못했다.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은 이러한 제2차 연평해전의 교훈에 따라, 1,000톤 미만의 함정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경비정을 일격에 격침시킬 수 있는 76mm 함포가 장착되었다. 40mm 함포는 분당 최대 600여 발을 쏠 수 있으며, 빠른 발사 속도 때문에 적 함정 외에 항공기 요격에도 사용된다.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에 장착된 76mm와 40mm 함포는 최첨단 전투체계와 결합되어, 놀라운 명중률을 자랑한다. 각종 함포 외에도 유도탄 고속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산 대함 미사일인 해성을 탑재하고 있다.
▲뛰어난 생존성과 스피드를 겸비한 전투함= 해성은 최대 사거리가 150km에 달하는 최신형 대함 미사일로,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수면에서 5m 정도의 저고도로 목표에 다가가는 시스키밍(Sea Skimming)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은 강력한 공격력과 함께 뛰어난 스텔스 성능을 자랑한다.
레이더 반사율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선체를 최대한 단순화 했으며, 선체 전체에 10도 정도의 경사각을 적용했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은, 레이더 상에서는 조그만 어선 정도로 보여진다.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은 고속으로 항해할 수 있는 활주형 선형을 채택했으며, 해군 주력 전투함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프로펠러 추진장치가 아닌 워터제트 추진장치를 채용했다. 독특한 선형과 워터제트 추진 방식이 결합되어,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은 40노트 이상의 최대 속도를 자랑한다.
▲주변국 고속정을 능가하는 성능= 우리나라의 주변국 해군도 다수의 고속정을 운용 중에 있다. 중국 해군의 경우 110여 척의 고속정을 운용 중인 상태이며, 이 가운데 가장 최신예 고속정은 지난 2004년 4월부터 취역한 022형 유도탄 고속정이다. 쌍동선형이라는 독특한 선형을 채용한 022형 유도탄 고속정은 220톤의 배수량과 최대 36노트의 속도를 자랑하며, 30mm 기관포와 YJ-83 대함 미사일 8발을 탑재한다.
반면 일본 해상자위대는 하야부사급 유도탄 고속정 6척을 운용 중에 있다. 200톤의 배수량과 최대 46노트의 속력을 자랑하는 하야부사급 유도탄 고속정은, 애초 18척을 건조할 예정이었으나 6척만 건조되고 만다. 주요 무장으로는 76mm 함포와 12.7mm 중기관총 그리고 SSM-1B 대함 미사일 4발을 탑재한다.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은 이들 함정들에 비해 배수량 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속도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한 탑재된 무장이나 생존성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앞서는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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