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입자 101만명, 석달째 감소세…LTE에 밀려 더이상 투자안해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한국 토종 정보통신(IT)기술의 대표주자인 ‘와이브로(WiBro·광대역무선인터넷)’ 서비스 전체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다시 1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01만1107명을 기록했다. 서비스 개시 6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말 100만5399명으로 100만명 고지에 올라섰고 올해 6월까지만 해도 104만명 선을 유지했지만, 7월 이후 급격히 감소세를 보였다. 이 추세대로라면 12월 초에 발표될 10월 통계치에서는 100만명 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별로도 감소세와 증가세가 엇갈렸다. 특히 KT의 가입자 감소 영향이 컸다. SK텔레콤의 경우 연초 11만6270명에서 9월 13만1216명으로 조금씩 증가했지만, KT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같은 기간 93만369명에서 87만9891명으로 5만명 넘게 줄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가입자가 감소한 것에 대해 미래부도 내부적으로 원인 파악을 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KT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와이브로 마케팅이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최근 월 30기가바이트(GB) 데이터양을 제공하는 ‘프리30’ 요금제 상품 가격을 월 1만6000원(2년 약정 시)에서 5000원으로 할인해 제공하고 있다. KT는 ‘신표준요금제’ 기준 10GB에 월 1만원으로 더 비싸지만, 자사 모바일 가입자는 50% 할인된 별도 요금제를 제공하며 커버리지가 서울·수도권 외에 지방에서 더 넓다. 하지만 양 사 모두 와이브로에 대한 추가 투자 없이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정도다.
미래부는 지난달 와이브로 전담반에서 논의된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현재 주파수 2.3㎓에서 제공 중인 와이브로 서비스는 유지하되, 2.5㎓ 대역 신규사업자는 와이브로와 LTE-TDD(시분할 방식 LTE)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일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도 사실상 와이브로에 미래가 없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KT는 사업자들 중 가장 많은 1조원 이상을 와이브로에 투자해 왔음을 내세우며 기존 와이브로 서비스를 LTE-TDD로 기술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KT가 와이브로 대역의 기술방식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만, KT의 와이브로 가입자 감소가 이와 관련된 어떤 의도적인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9월에도 와이브로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실시한 바 있다. KT 관계자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면서 와이브로의 매력이 점차 낮아진 것에 기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