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국의 온라인 쇼핑 환경이 법규제 때문에 '익스플로러'에 갇혀 있다고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5일 "법 규제 때문에 온라인 쇼핑에서 익스플로러에 갇혀버린 한국"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이 익스플로러의 노예국이 돼 버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디지털 혁신으로 알려진 한국이 이 문제에서만큼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는 온라인 쇼핑 시 인터넷 접속 브라우저를 익스플로러만 사용할 수 있다며 한국을 익스플로러의 노예국이라고 칭했다. 심지어 국적기인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에서조차 익스플로러를 통해서만 항공권 구매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하철에서도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강국에서 익스플로러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애플 컴퓨터 사용자는 한국에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없다.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에서는 온라인 전자결제가 지원되지 않아서다. 애플 컴퓨터를 사용해 온라인 쇼핑을 하려는 사용자는 70달러짜리 쇼핑을 위해 250달러짜리 윈도7 복사본을 구매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상황은 공인인증서가 엑티브엑스 방식으로만 제공되는 전자서명법에 기인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온라인에서 전자결제를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와 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하는 플러그인 기술이 필요하나 플러그인 방식을 활용한 공인인증체계는 1999년 개발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수십년 전에 개발된 단일 공인인증 방식을 탈피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국내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실었다.
익스플로러 종속의 또 다른 문제는 해킹 등 보안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액티브엑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데다 각종 해킹 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액티브엑스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PC에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관대해져 악성 소프트웨어까지 무심코 클릭하는 습관을 갖게 됐고 이 허점을 악용해 해커가 악성코드를 심기도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인인증 방식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차도 소개됐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익스플로러가 아닌 구글 크롬 등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자를 위해 공인인증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이 알라딘의 시스템을 '안전하지 않았다'라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정 대표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전자결제 방식을 둘러싸고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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