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최근 웰빙 열풍에 고카페인 음료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기존 비타민 음료 매출은 두 자릿수로 증가한 반면 고카페인 음료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 레드불이 국내에 진출하며 관련 시장이 커진 지 불과 2년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유해성을 우려해 카페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존 비타음료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이 올 3분기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고카페인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비타민 음료는 같은 기간 동안 두 자릿수인 14.6% 증가했다. 특히 기존 카페인 음료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박카스는 매출이 24.9% 크게 늘어 극명한 대조를 나타냈다.
지난 2년간 에너지음료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핫식스, 레드불, 번인텐스 등 고카페인 음료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근 고농축 카페인 과다섭취 시 나타나는 부 작용이 문제가 되면서 매출이 더 꺾였다.
GS리테일(GS25)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11년 고카페인 음료 매출은 전년대비 130.0%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652.4% 대폭 신장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10월까지 신장세가 8.4%로 둔화됐다.
지난해 판매했던 제품은 핫식스, 레드불, 에네르기, 볼트, 번인텐스, 에너지드링크브이 등 9종. 올해는 여기서 6종이 더 추가돼 15종으로 늘었지만 고카페인 음료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성장세가 더뎌졌다.
반면 비타500, 박카스 매출 신장세는 견고하다. GS25에서 비타500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8.1%에 그쳤지만 올해는 11.2%로 증가했다. 박카스도 올 매출 증가율이 28.5%를 기록했다.
신득호 GS리테일 편의점 음료MD는 "지난해 고카페인 에너지음료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후 신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됐지만 올해 매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반대로 에너지 음료에 밀렸던 비타민음료의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이 분석한 월별 음료판매순위에 따르면 올 3분기 박카스와 비타500은 각각 22.9%, 14.1% 매출이 상승했다. 반면 에너지음료는 24.1%까지 하락했다.
이른바 '갈색병' 피로회복음료 매출이 오르면서 편의점 전체 음료판매순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음료가 대세이던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박카스는 4위에 머물러 와신상담 했지만 에너지음료 하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순위가 상승하며 지난해 11월엔 2위까지 올라섰다. 박카스는 수개월 2위를 지키다 올해 5월 음료 판매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차지했다.
비타500(100ml)도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횟수가 4회에 달하며 순위 변동폭이 컸지만 올해 들어서는 순위가 지속 상승해 5,6위권에 진입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갈색병 전성시대를 다시 이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들 음료가 에너지음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페인 논란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핫식스나 레드불의 경우 카페인 함량은 60mg 이상이다. 몬스터에너지의 경우는 164mg에 달한다. 그러나 박카스는 카페인 함유량이 30mg으로 핫식스나 레드불의 절반 수준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