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을 평가하는 금융위원회 첫 국정감사는 '동양사태'를 정조준했다.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 국감에 참석한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동양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부실판매'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말 그대로 '동양 국감'이었다. 다만 금융당국 수장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은 금융위가 늑장 대응해 동양사태를 키웠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금융위가 계열사간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금융투자업법 개정안 시행을 6개월 유예했다는 점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말 동양그룹이 계열 증권사를 통해 투자부적격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팔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금융투자업법 개정을 금융위에 건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검토과정에서 수차례 지연됐다가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진 올해 4월에서야 최종 통과됐다. 게다가 유예기간도 당초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예정대로 3개월 유예를 했다면 7월 말께 시행돼 동양그룹 파장이 지금보다 덜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금융위의 대응이 문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금융위가 금융투자업법 개정 시점을 '3개월 후'에서 '6개월 후'로 미룬 것은 동양그룹의 로비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원진 의원(새누리당ㆍ대구 달서병)은 이날 국감에서 신 위원장에게 "계열사 회사채와 CP 판매를 막는 금지 규정을 연기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박대동 의원(새누리당ㆍ울산 북)은 "당국이 재발방지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도 투자자 피해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들 역시 국감장에서 진땀을 뺐다. 김영주 의원(민주당ㆍ서울 영등포 갑)은 지난해 동양증권 이사회 의사록을 공개하면서 "동양그룹 경영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회사채와 CP 판매에 따른 투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여러가지 정황을 봤을 때 동양증권의 CP와 회사채 판매는 불법 소지가 다분한 만큼 동양그룹 회장과 동양증권 사장 등 경영진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의 늑장 대응과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 목소리를 함께 한 여야는 그러나 신제윤 위원장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야당은 당국 수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전혀 검토해보지도 않았다'는 견해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주 의원은 이날 국감에 앞서 기자에게 "정부도 당연히 사태의 책임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 이학영 의원도 "동양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동의했다.
반면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신 위원장에게 무조건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동양그룹 사태가 국감을 휩쓸면서 금융위가 올 상반기 '4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추진했던 금융감독체계와 정책금융기관 개편,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동양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국감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정책금융 개편과 관치금융 논란은 이번 금융위 국감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정무위 의원들의 정책보좌관들은 "질의 시간이 10분도 안될 정도로 짧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꺼번에 여러가지 이슈를 다루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정책금융 문제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국감 때 제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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