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3년9개월 동안 13만953건, 3568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모두 8개 은행이 이처럼 했다. 그중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ㆍ한국씨티ㆍ전북ㆍ산업 등 4개 은행은 2만7414건, 1193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맺지 않은 대부업체에 매각했다. 우리ㆍ신한ㆍ제주ㆍ경남 등 4개 은행은 신용회복위와 협약을 맺은 대부업체에 나머지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대부업체로 넘어간 은행 부실채권의 건당 규모는 대출원금 기준으로 대부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체 등으로 원리금 회수가 순조롭지 않은 대출채권들이다. 대부업체는 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뒤 채무자에 대한 추심이나 채무조정, 담보자산 처분 등을 통해 원리금 회수율을 높여 이익을 남긴다. 이를 통해 은행은 자산건전성 개선, 무수익자산 축소, 관리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고, 대부업체는 수익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서민이 대부업체의 채권추심에 시달리거나 채무조정 등 신용회복 지원 제도의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있다. 특히 신용회복위 미협약 대부업체의 경우 불법ㆍ부당 추심으로 채무자를 괴롭힐 수 있다. 또 미협약 대부업체를 채권자로 한 채무에는 신용회복 제도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은행이 해당 채무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부실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정상 은행 빚을 연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은행이 아닌 대부업체로부터 난데없는 빚 상환 독촉을 받게 된 채무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채무자의 사정을 고려하거나 채무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부실채권을 마구잡이로 대부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불법은 아닐지 몰라도 무책임한 행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은행의 대출고객에 대한 자체적인 채무조정 노력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 연체자 중 서민 대출고객에 대해서는 신용회복 지원 제도의 도움을 받도록 안내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이 서민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지 다시 점검해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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