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올해 초 부품ㆍ수리비 폭리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은 수입차 업계가 이번에는 국회로부터 추궁을 받는 등 말그대로 수난시대다.
최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가운데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로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만큼 언젠가는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정재희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에게 협회 내 주요 회원사의 간부가 모이는 비공식모임이 있는지를 따지며 담합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2008년 이후 협회 내 판매위원회 10개 회사 중간 간부급이 정례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공식문건을 통해 연간목표 등을 공유하지 않았는가"라고 추궁했다.
각 수입차업체와 특수관계에 있는 캡티브금융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 의원에 따르면 BMW와 벤츠의 캡티브금융과 국내 금융회사의 할부 및 리스 견적서를 비교하면 3년짜리 계약을 기준으로 캡티브 금융이 최대 566만원 이상 비싸다. 캡티브 금융이란 각 회사의 차를 구입할 때 같은 계열사의 금융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벤츠는 독일 다임러의 자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를, BMW는 BMW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를 운영중이다.
벤츠의 인기차종으로 꼽히는 E 300의 경우 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리스료는 6392만원이다. 이는 산은캐피탈에 비해 373만원(3년 계약 기준. 이하 동일) 가량 비싸다. 할부금융 조건으로 구매한 할 경우 비용은 5648만원으로, 이 역시 산은캐피탈에 비해 192만원 가량 비싸다. 국내 수입차 1위 모델인 BMW 520d 역시 BMW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리스료는 우리파이낸셜에 비해 566만원, 할부금융은 산은캐피탈에 비해 173만원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민 의원은 "자동차금융을 통해 차량을 구입하는 비율은 전체의 70% 정도"라며 "연간 총 판매대수를 감안하면 벤츠와 BMW가 국내 금융사에 비해 연간 최대 1119억원의 초과수익을 낸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각종 지적에 대해 정 회장을 비롯해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 등 국내 수입차업체 최고경영진들은 적극 해명했다.
제에거 대표는 "차량 구입 시 고객에게 전적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준 사장은 "신차를 내놓을 때 행사일정을 조정할 뿐 서로 (비공식모임을 통해) 매출이나 신차모델을 조정하지는 않는다"며 담합 의혹을 부인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가 늘면서 그만큼 소비자 접점이 확대된 데 따른 현상으로 본다"며 "부정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해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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