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김하늘, 배희경 등 가벼운 드라이버로 바꿨더니…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무게만 줄였을 뿐인데?"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하지만 숙련된 목수에게도 연장이 문제 될 때가 있다. 프로골프투어가 하반기에 접어들자 스윙이 조금씩 무뎌지던 선수들 역시 골프채 스펙을 교체하면서 샷 감각을 되살리는 모습이다. 김하늘(25ㆍKT)과 배희경(21) 등은 아예 우승의 원동력을 드라이버 교체로 꼽았다. 골프채와 경기력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 '골프채 바꾸고 우승까지'= 지난달 KBD대우증권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낸 배희경은 우승 직후 "드라이버 샤프트 무게를 60g에서 50g으로 낮췄다"며 "이 변화가 정확도로 직결됐다"고 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0년 LIG클래식을 제패했던 선수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 정작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3시즌 만에 값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년 연속 상금퀸' 김하늘도 비슷한 사례다. 시즌 초 드라이브 샷이 갈피를 잡지 못해 '컷 오프'와 기권을 거듭하다 8월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한 달 간의 여름휴식을 끝낸 뒤 시작된 하반기 개막전 넵스마스터피스 11위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곧바로 이어진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기어코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역시 드라이버 교체가 핵심이다. 김하늘은 "드라이브 샷이 똑바로 날아가니 이제야 살맛이 난다"며 "같은 모델이지만 가벼운 스펙으로 바꾸면서 방향성이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ㆍKB금융그룹)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US여자오픈까지 시즌 6승을 수확했다가 갑작스런 슬럼프에 빠진 박인비는 "어딘지 모르게 샷이 무뎌졌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중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레인우드클래식에서 3위에 올라 3개월 만에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드라이버 샤프트를 교체했다"는 박인비는 "하반기 접어들어 체력 부담 때문인지 드라이버가 무겁게 느껴졌다"며 "샤프트 무게를 10g 줄였더니 오히려 좋아졌다"고 반색했다. 1라운드에서는 특히 드라이브 샷의 페어웨이안착률이 100%로 완벽했다.
▲ 가벼우면 잘 맞나?= 아마추어골퍼들도 마찬가지다. 체력에 부담이 느껴질 때 골프채까지 무거우면 당연히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된다. 선수들이 골프채를 다소 무겁게 세팅하는 건 공의 직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영민 클리브랜드 마케팅팀장은 "샤프트가 무거울수록 공이 날아갈 때 방향이 바뀌는 등의 변화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버거우면 스윙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멀리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주 팀장은 "바람까지 가세하면 공이 날리는 등 컨트롤 능력까지 떨어진다"며 가벼운 샤프트로 교체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무조건 가볍게 바꾸라는 게 아니다. "갑자기 가벼워지면 공의 직진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프로선수들은 가벼운 대신 한 단계 단단한 샤프트를 고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요즈음은 프로골퍼들도 아이언을 그라파이트로 교체하는 추세다. 복원력이 뛰어난 카본 소재의 등장으로 샷의 일관성까지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매트 쿠차(미국ㆍ메모리얼토너먼트)와 부 위클리(미국ㆍ크라운플라자)가 그라파이트 샤프트로 연거푸 우승하면서 가벼운 클럽이 주목을 끌고 있다. '스틸이 방향성이 좋다'는 것도 옛말이 된 셈이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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