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클라라의 라이크 어 버진'(이하 라이크 어 버진)이 오는 8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송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출발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출진의 노림수가 너무 단순해서, 프로그램 제작 동기 자체가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클라라는 팬의 숫자만큼 안티팬도 같이 보유한 연예인이다. 그가 방송에 한 번 출연만하면 저 멀리 온라인 세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좋다 싫다 논란을 끝없이 반복한다.
이는 클라라가 화보 몇 장과 시구 한 방으로 긴 무명시절을 날려버리고 '섹시 스타'로 등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그동안 '재미를 위해' 방송에서 보여준 거짓된 모습들이 '클라라는 가식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런 편견이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대중을 잠식하고 말았다.
제작진이 '라이크 어 버진'을 시작하는 이유는 밀착 취재를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함으로써 '가식 이미지'를 한 꺼풀 벗기 위함이다.
이 시도가 잘만 성공하면 클라라는 안티팬 일부를 흡수해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다. 이미지가 바뀐다는 말은 그만큼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걸 뜻하고, 이는 클라라가 방송 콘텐츠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속사 측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 '라이크 어 버진'을 보고 클라라에게 감동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
리얼리티를 강조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진정성 논란은 이미 한 번 홍역처럼 방송가를 앓게 만들었다. 대중은 리얼리티와 연출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이미 눈치 챘고, 어지간히 극한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클라라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이다. 그 와중에 그가 어떤 색다른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은 경험의 문제다. 우리가 클라라에 대해 아는 건 매체에 노출된 정보가 전부다. 우리는 그 경험에 의거해 '클라라'라는 콘텐츠의 밑바닥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는 리얼리티 쇼가 말 그대로 '쇼'라는 사실도 안다.
물론 누군가는 미래의 일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근거 없이 희망적인 주장보다는 그들이 그동안 보고 들은 정보에 더 의지할 것이다.
클라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도전은 같은 이유에서 별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클라라의 팬들은 밀착 취재를 통해 그의 인형 같은 외모를 좀 더 깊이,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기는 힘들다.
이금준 기자 mus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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