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은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살아가거나, 생각은 하지만 시도하지 않거나 혹은 조금 하다가 그만 둔다. 각박한 세상, 내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 게 슬프지만 현실이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의 젊은 배우 유아인은 자신을 그리고 주변 사람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뱀처럼, 여우같이”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조금 어린 시절부터 생각이 많아보였던 이 배우는 부쩍 성장했고 여유로워졌으며, 마음도 많이 열렸다. 이제는 머릿속에 떠도는 부정적 생각들을 ‘긍정’으로 변화시키는 방식도 스스로 체득했다. 환한 웃음 속에서도 진심이 묻어났다.
지난 1일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영화 ‘깡철이’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그는 극중 아픈 엄마를 둔 아들 강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강철은 한창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엄마의 보호자가 돼 버린 아픔 많은 아들이다. 나이답지 않게 조숙한 모습이 묘하게 유아인과 겹쳐보였다.
이 같은 의견에 유아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조숙한 역할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전작에서 연기한) 완득이도 조숙하고 착한 친구다. 분명히 내가 종수(극중 강철의 친구)보다는 강철에 가까운 거 같다. 나도 그렇게 사는 애다.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결코 좋은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삶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끼쳤죠. 배우라는 일을 하고, 그런(생각이 많은) 제 자신으로부터 내 삶과 천성을, 나란 인간을 긍정적으로 풀어냈을 때부터 좋아진 거예요. 한때 치기 어리고 유치하게 허영스럽게 생각을 표현하던 때도 있었죠. 사람들이 머리를 염색하고 귀를 뚫는 것처럼 그것이 나의 특별함을 설명해 주는 방식이기도 했어요. 배우들은 시간도 많고, 방학도 길잖아요.(웃음) 그런데 이제는 부정적인 생각도 긍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유아인은 이어 “내 인생 최대의 화두는 성장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있고 나도 흘러가고 노화돼가고 있다”며 잔잔한 미소를 짓던 그는 뭘 하고 누구를 만나든 ‘성장’을 하기를 꿈꾼다. 심지어 친구들과 있어도 ‘너를 통해서 성장했어’라는 생각이 들길 바란단다. 그 성장의 크기가 크든 작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원할 뿐이다.
“제게는 항상 그 화두가 있고, 성장자로서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필터링하고, 발전시키려 해요. 그렇다고 딱히 어떤 지향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흘러가는 게 멈출 때까지, 제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세인거 같아요.”
살아가다 혹여 쓰디쓴 실패를 맛보더라도, 이름값이 예전보다 못해지더라도 그는 괜찮다고 했다. 잠시 촌스럽고 일그러져도 결국은 성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정들이니까. 유아인은 배우로서 말과 연기를 통해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일례로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애가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볼 때 뿌듯해요. 하하. 저는 뱀처럼, 여우같이 직언도 하고 때로는 충격요법도 써요. 친구니까 말해줄 수 있는 거예요. 그 ‘친구’ 중에는 불혹을 바라보는 형도 있을 수 있죠.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게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배웠어요. 짐승들은 더 나은 것을 추구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가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니까 멈춰있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인간의 존엄성’을 언급하며 눈을 빛내던 유아인은 배우로서의 자신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싶다고 고백했다. 한때 그는 ‘일상을 잘 살기 위해 일을 할 정도’였다고. 그러나 제법 오랜 시간 배우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일과 삶이 비등해졌다. 비록 가공된 이미지로 사랑을 받지만 그것은 배우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것. 그래서 그는 최대한 자신과 가까운 가면을 쓰고 싶다.
“저와 가장 밀접한 형태의 가면으로 연기하고 사랑받고 싶어요. 그래야 허무하지 않을 거 같거든요. (대중들은) 저를 위해 박수치고 환호하고, 때론 욕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실체에 가까워야 욕도 약이 되는 거지, 가공된 것에 욕을 퍼부어봐야 전 다치지 않잖아요. 오해가 있다면 줄여 나갈 테고 모자란 부분은 채워나갈 거예요. 그렇게 나아가면서 조금씩 꾸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탄탄한 주관과 건강한 생각을 지닌 유아인은 나지막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혼자만의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고, 듣는 이까지 힐링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스스로를 날선 시각으로 바라보고 항상 더 나은 변화를 꿈꾸는 이 배우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사진=송재원 기자 su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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