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오는 29일 출범할 예정인 상하이(上海) 자유무역시험구에 대한 기대감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투자 과열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 지역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의 첫 자유무역지대에 쏠린 기대감은 투자 과열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자유무역지대 인근 지역의 집값은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들썩이며 주택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중개업체인 센츄리21차이나에 따르면 자유무역시험구에 인접한 가오차오(高橋) 지역의 주택 가격은 1㎡ 당 2만2000위안(약 38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주 사이에 가격은 30%가량 뛰어 올랐다. 같은 기간 이 지역 주택 매매는 한 달 전 보다 50% 급증했다.
센츄리21차이나의 안타오 매니저는 "최근 2주 사이에 이 지역 집값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면서 "주택을 매매하려는 사람은 자유무역지대 출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매매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위에신 부동산의 시신레이 매니저는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지만 투자자들은 인근 주택이라면 한 번 살펴 보지도 않고 사버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자유무역지대 테마주들이 주가 급등 선봉에 있다. 상하이에 기반을 을 둔 물류회사 SMT(Shanghai Material Trading) 주가는 지난 7월 이후 307%나 뛰었다. 상하이에서 컨테이너 및 항만 서비스업을 하는 상하이국제항무집단(SIPG)도 주가 상승률이 152%에 이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상하이에 기반을 둔 물류회사, 항공사, 금융사, 부동산 등이 자유무역지대 조성에 따른 수혜를 입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유무역지대 조성을 두고 정부가 이제까지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정책 중 하나라는 호평도 줄을 잇고 있다.
FT는 그러나 주택 구입자, 주식 투자자, 애널리스트 그 어느 누구도 자유무역지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할지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월 상하이 와이가오차오(外高橋)항, 양산(洋山)항, 푸둥(浦東)공항 일대에 면적 28.78㎢ 규모로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정부가 29일 자유무역지대 출범과 함께 56개항의 운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만 주로 큰 틀이 발표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려면 수 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종적인 구체적 사항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내부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를 세계 금융과 물류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이 지역을 '제2의 개혁·개방 시험대'로 삼으려 한다.
운영 계획 초안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위안화의 자유로운 환전 보장 뿐 아니라 시장 지향적인 금리 결정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허가를 받은 외국계 은행들은 자유무역지대 안에 독립적으로 지점을 설립할 수 있고, 중국 현지 은행과 합작사도 세울 수 있도록 허용될 예정이다. 일부 중국 은행들은 이곳에서 역외 은행서비스 제공도 허용될 계획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자유무역지대 조성이 국가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리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17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8명은 자유무역지대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또 다른 8명은 향후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0.1~0.5%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머지 한 명은 성장률이 0.5~0.9%포인트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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