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 지배위한 美·日의 MV-22와 中의 주브르 공기부양정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물수리와 들소가 동중국해에서 격돌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 근거지를 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이 최근 동중국해 분쟁도서에 배치할 무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전한 기사의 제목이다.
물수리(오스프리)는 미국 방산업체 벨과 보잉이 만드는 다목적 수직이착륙기 MV-22의 별명으로 미 해병대가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공군기지에 24대를 배치했다.
MV-22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거대한 프로펠러 엔진으로 고정익 항공기처럼 고속 비행할 수 있는 다목적 수송기다. 24명의 완전 무장한 병력이나 최대 약 6t의 화물을 최대 시속 280마일로 수송할 수 있다. 24대의 MV-22는 동시에 약 500명의 병력이나 140t의 화물을 분쟁도서까지 짧은 시간 안에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들소'(바이슨)는 중국이 지난 5월 1척을 인수한 우크라이나제 대형 공기부양정 주브르(Zubr)의 영어 이름이다. 중국은 주브르를 3척 더 인수하고 자체 공기부양정도 건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옛 소련이 발트해 연안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침공을 위해 개발한 주브르는 약 500명의 완전무장한 병력이나 기갑차량과 무기, 물자 등 최대 150t의 화물을 시속 66마일의 고속으로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4척의 주브르는 약 2000명의 병력이나 최대 600t의 화물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까지는 4~5시간 안에 운송할 수 있으며 일본 오키나와 본섬에서 약 300㎞ 떨어진 미야코지마까지는 운송 중량을 줄인다면 6~7시간 안에 운송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런 고속으로 이동하는 다목적 수송기와 함선을 동중국해 분쟁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동중국해의 분쟁도서에서 교전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오스프리와 주브르 둘만이 경쟁한다면, 먼저 둘 중 빨리 도착하는 게 승자가 될 공산이 크다. 무장을 잘 갖춘 방어하는 측은 기습이 아니라면 망망대해에서 돌진하는 함정이나 항공기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놓고 서로 자국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오키나와현에 소속시켜 실효 지배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 함정이나 항공기를 보내 상대를 떠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실전 배치하고 자체 항모를 건조하는 한편, 최신 구축함과 잠수함을 속속 늘리는 등 해군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그동안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앙숙이다.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도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상륙공격에 대비해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개발해놓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잠수함 세력 증강에 대응해 미국에서 잠수함 킬러인 P-3C 초계기를 총 12대 배치할 계획으로 있다.
주브르는 대규모 병력이나 물자를 분쟁 도서에 상륙시키거나 하역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미 해병대 오키나아와 사령관인 존 위슬러 준장이 지난 17일 나카이무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주지사에게 “이 항공기(MV-22)는,우리가 미일 안보조약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경우 센카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 것도 상륙점령 능력을 갖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현재까지 미국은 동중국해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핵탄다장착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갖추고 있어 전력상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무력 상륙을 시도할 경우 MV-22 등을 동원해 일본과 함께 저지에 나설 공산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공중조기경보기 지원을 받는 출중한 4세대 전투기 숫자를 늘리고 있고 5세대 스텔스기를 개발 중이다.
인민해방군은 또한 타입 52D와 같은 최신형 구축함을 실전 배치하고, 항모킬러 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21D를 개발하면서 미국의 접근거부 능력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자체 틸트로터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 이미 흰수염고래(blue whale)로 알려진 ‘대왕고래’라는 이름의 틸트로터기를 개발 중이다. 중국은 20t의 화물을 시속 300마일 이상의 속도로 전투반경 500마일 이내의 지역에 운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항공기의 모델은 최근 톈진에서 열린 헬리콥터 기술 박람회에서 공개됐다.
중국이 자체 틸트로터기를 언제 실전 배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런 자산이 확보된다면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전력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댜오위다오와 사카시마 제도의 통제는 중국에는 태평양을 마음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국에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며 따라서 주브르를 비롯한 자산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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