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일본 자동차 업계가 해외부품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경차 분야에서도 타국 업체로부터의 부품공급을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쟁력을 가진 한국 부품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가 공동개발한 경차 '데이즈'와 'eK 왜건'은 지난달 총 1만4385대가 팔렸다. 이 같은 신차 판매량은 2위인 다이하츠의 무브가 기록한 1만4488대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 출시하자마자 시장에 안착한 셈이다.
닛산과 미쓰비시가 공동개발한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업체 부품을 30% 정도 채택했다는 점. 경차 시장이 크게 형성된 일본의 경우 국내 독자적인 규격이 있을 정도로 해외 업체에 배타적인 점을 감안하면 출시 전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외국산 부품을 쓰면서 미쓰비시자동차의 기존 모델에 비해 30% 정도 원가를 줄였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부품거래선을 해외로까지 다변화한 건 자국 내 업체로 한정할 경우 수익성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쓰비시의 구매담당 임원은 조달정책 설명회에 참석한 부품업체에 "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고 호소했다.
기존에 거래했던 전력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분기 국내 완성차업계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았던 만큼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국 부품업체들의 활동폭도 넓어졌다. 지난 4월 닛산차는 큐슈 공장에 한국산 부품을 수납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혼다 역시 한국산 부품구매 조직을 꾸렸다. 코트라가 5월 개설한 나고야무역관은 한국 차부품업체의 영업거점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이 중앙정부 차원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해외업체가 진입하기 더 어려워졌지만 차부품의 경우 품질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나 중국 업체들은 충분히 해볼 만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품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계열을 초월해 부품을 공급하면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그간 폐쇄적이었던 일본 업체가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큰 기회"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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