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밑 시름깊은 건설사]전문가 진단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의 미래에 대해 '잿빛 전망'을 내놨다. 8ㆍ28 대책이 반짝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된다는 얘기다. 소형 아파트 위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중심에 있고 재고주택이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건설산업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했던 데다 정책방향의 선회, 국민의 인식 변화 등 다방면의 원인이 장기 침체국면을 빚어냈다고 보고 새로운 '블루오션'이나 '신성장동력' 등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밑바닥을 드러낸 정부재정에 의존하는 대신, 900조원에 육박하는 개인과 기업의 유보금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ㆍ28 대책 이후 주택경기는 어느 정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 전반적 분위기는 다르다"며 "소형 아파트 수요만 넘치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제한적으로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꾀하려 하지만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회 법 통과가 관건이란 얘기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시장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려면 규제완화가 필요한 것인데 핵심사항들이 국회 통과를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그래서 내년 전망은 '그레이(회색)'"라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년에는 조금 좋아지겠지만 근본적으로 과거처럼 부동산과 건설업계 호황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불투명한 투자방향은 건설산업에 한계를 노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한수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정부는 건설분야 예산 투입에 소극적인 입장"이라며 "이 같은 상황 속에 과거의 관행을 이어간다면 건설기업은 더욱 심각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짓기만 하면 팔렸던 건설산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었다는 점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덕배 책임연구원은 "주택보급률이 낮았던 시대에는 짓기만 하면 팔렸으니 연구개발을 소홀히 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수익 모델을 달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경 연구위원 역시 "주택보급률이 102%에 달하는 등 재고주택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민간임대시장, 주택관리업 등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을 조언했다.
갈수록 수주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 해외시장에서의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한수 교수는 "공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수주한 공사 물량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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