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 5월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루피화 가치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이와 같은 흐름이 '반짝 회복'에 그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며 인도의 경제 펀더멘털이 루피화 상승을 끌고 갈 만큼 튼튼하지 않다고 1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루피화 가치는 지난달 28일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68.84루피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3일에는 67.63루피로 루피화 가치가 오르면서(환율 하락)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루피화 가치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63루피대를 회복했다. 12일에는 달러·루피 환율은 전일대비 0.3% 오른 63.535루피를 기록했다.
루피화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지난 4일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에 취임한 라구람 라잔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잔은 취임 직후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금융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약 200억달러가 인도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루피화 가치의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루피화의 반등에는 인도의 내부 정책의 역할도 있었지만 시리아 사태 안정과 같은 국제변수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이번달부터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동 불안이 고조와 같은 국제변수들이 남아있는 만큼 루피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란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이 루피화 가치 상승을 끌고 갈 만큼 견실하지 않다.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RBI는 지속가능한 경상주시 적자규모를 GDP의 2.5%로 보고 있다. 상환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의 국가부채는 지난 3월말 기준 3900억달러에 달한다. 앞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규모도 1720억달러다. 인도 정부가 부채 상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루피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2위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꼴은 올해까지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68루피대로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달러당 75루피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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