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9일 임차상인보호대책 마련 위한 청책토론회 개최…박원순 시장 "관계자 참여 TF 구성" 약속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서울시가 상가 세입자의 불공정 계약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임대인과 임차인과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막기 위한 '상가임차 상인 보호대책'을 마련해 영세상인들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서울시청 서소문 제1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차상인보호대책 마련을 위한 청책토론회에 참석해 "임차상인들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서울시와 민간단체, 업계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관련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민관합동 TF 출범을 위해 이달부터 관련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날 청책토론회에서는 임대인이나 중개업자와의 불공정 계약 등으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과 임차상인대표, 소상공인진흥원, 한국감정원 전문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상가세입자들은 임대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행 법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대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신가람씨는 “작년 11월에 2년 계약을 하고 들어왔는데 상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리모델링이 결정됐고 월세도 66%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나중에 보니 중간에 입주 당시 지불했던 권리금 1000만원을 비롯해 월세 인상도 중개업자가 먼저 요청한 것을 알고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남근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부동산 중개인들이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노리고 권리금을 인상해 거래하도록 하는 관행이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권리금은 부동산에 해당하지 않아 중개에 따른 수수료 제한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리금 중개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권리금을 높게 받기 위한 임차인들과 중개업자들의 행태가 개선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퇴직 후 강남역에 커피숍을 연 엄홍섭씨도 임대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엄씨는 “올해 7월1일이 현재 가게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2년째 되는 날인데 계약만료 열흘 전에 재건축을 하니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법적으로 한 달 전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연장이 되는 걸로 생각했지만 상가주인이 입주 시 작성한 화해조서 등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제소 전 화해조서’는 주로 계약 체결 당시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체결하는 것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쌍방의 합의에 의해 작성된 조서를 뜻한다. 임차인들은 입주 시 임대인들이 요구하는 화해조서를 작성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데 임대인이 나중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등포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김환일씨도 “계약 당시에는 화해조서가 뭔지도 몰라 임대인과 중개업자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제 와서 재건축해야 하니 나가라며 당시 작성한 서류들을 내밀더라”며 “공탁금도 2000만원을 걸어야 하는 등 영세상인 입장에서는 소송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시섭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불공정한 임대차 관계로 상인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구제책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시에서 TF 구성에 나서는 만큼 소상공인들이 장사를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상가임대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에 대한 조언과 권리보호를 위해 2002년부터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7월 기준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은 총 4619건으로 이 중 72.3%인 3344건이 임차인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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