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산후조리원의 약관에 불공정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치거나 귀중품을 분실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통해 산후조리원 16곳의 불공정약관을 적발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있었던 1차 직권조사 이후 일평균 입실 신생아수가 많은 다른 업체를 대상으로 후속 조사한 결과다.
해당 산후조리원은 모태안산후조리원, 쉬즈메디산후조리원, 병점동그라미산후조리원, 아이사랑산후조리원, 미래로산후조리원, 순산후조리원, 김혜정산후조리원, 여수제일병원산후조리원, 현대여성아동병원산후조리원, 지노메디산후조리원, 미래여성병원산후조리원, 서울여성병원산후조리원, 분당제일산후조리원, 분당차병원산후조리원, 좋은문화산후조리원, 모태산후조리원 등 16곳이다.
이들 업체는 산모의 산후조리와 신생아를 돌봐주는 일 외에 일어나는 모든 것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불공정 약관을 명기했다. 또 산후조리원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고에도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하지 않고 관계보험사의 규정에 따라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귀중품과 금전분실에 대한 책임도 산모나 보호자에게 있다며 책임소재를 고객으로만 돌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은 면역력이 취약한 산모와 신생아를 관리하기 때문에 위생관리에 철저해야 하고 질병예방을 위해 소독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사업주의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은 불공정 약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중접객업인 산후조리원 내에서 고객의 휴대물이 분실·훼손·도난됐음에도 사업자의 책임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 것 역시 불공정 약관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정위는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산후조리원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업자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시정했다. 이 밖에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항 ▲대체병실 이용 시 차액을 환급하지 않는 조항 등도 모두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산후조리업협회를 통해 이번 조사대상 사업자 외의 산후조리업자들에 대해서도 불공정약관을 조속히 시정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며 "산후조리업계의 불공정약관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산후조리원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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