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졸업 미지수에 M&A 힘들어…채권단 경쟁적 지분매각에 주가도 추락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40위권의 남광토건이 채권단의 경쟁적 지분매각 속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최근 일주일 채권단이 주식을 앞다퉈 매각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최대주주가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국산업은행'이 91만6600여주를 팔며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로 바뀐 남광토건 최대주주는 이후 'NH농협은행'(27일)을 거쳐 29일 다시 무보(8.24%)로 변경됐다.
지분매각과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출렁이던 남광토건 주가는 26일 11.15%가 빠지더니 3일 연속 10% 안팎의 큰 낙폭을 기록했다. 9월 첫 거래일인 2일에도 전날보다 570원(5.88%) 내린 9130원까지 추락했다.
채권단이 이렇듯 물량 털어내기에 적극적인 건 주식 보유에 따른 이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출자전환을 통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확보한 몫인 데다 회사가 지난해 12월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사실상의 경영권 행사도 어려워졌다. 현재 남광토건은 법원의 계획인가 결정 후 10개월째 법정관리 상태다.
여기에 시중에 풀린 건설사 매물이 많다는 점과 연내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공고 계획 이외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채권단 지분매각이 본격화된 이후 회사측과 의견조율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졸업 시점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고 당장은 새로운 매각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향후 채권단의 지분매각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 하는 부분이다. 무보를 비롯해 우리은행(7.44%), NH농협은행(4.93%) 등이 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로선 일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물량을 처분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무보 관계자는 "현재로선 M&A와 지분매각 등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좋은 가격에 매각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 쪽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A를 추진하게 된다면 시장에서 대상을 찾아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광토건은 1조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실화로 자금난을 겪다가 2010년 10월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협력업체들과 620억원 규모 상거래채권 1년 만기 연장을 추진했지만 실패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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