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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발머 조기은퇴, 행동주의 투자자 웁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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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억달러 지분 취득…최근 MS 이사진에 주주가치 제고 압력

MS 발머 조기은퇴, 행동주의 투자자 웁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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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당초에는 우리 회사를 고객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활동을 돕는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 회사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진행한 뒤에 은퇴하려고 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티브 발머가 1년 이내에 CEO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서 발머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발머의 이 발언은 은퇴 시기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앞당겨졌음을 드러냈다.


◆ 조기 은퇴는 타의= 발머의 앞당겨진 퇴진 일정은 ‘자의반 타의반’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짐작된다. MS 내부에서는 발표 직전까지도 CEO 교체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발머는 이사회의 강력한 지지 속에서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MS의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발머 자신이 구상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이제 막 마쳤는데 그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힐 리 없다고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고 디지털 전문 온라인매체 올싱스디지털이 최근 보도했다.


◆ 게이츠 의장이 몰아냈나?= 발머의 발언에 대해 MS 내부에서 뒷말이 많이 나왔다. 빌 게이츠 MS 이사회 의장이 발머에게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발머가 보도자료에서 게이츠 의장에게 감사의 뜻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게이츠 의장이 오랜 사업 동반자 발머의 조기 퇴진에 대해 그리 아쉬워하지 않았다는 점도 정황으로 거론됐다. 게이츠 의장은 “새 CEO가 취임하기까지 스티브가 역할을 해주니 다행”이라고만 말했다.


게이츠는 차기 CEO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듯했다. 그는 “차기 CEO를 선정하는 위원회의 일원으로 훌륭한 새 CEO를 찾기 위해 다른 위원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이츠가 발머의 조기 은퇴 결정을 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게이츠가 과거처럼 발머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결정을 부추기지는 않았다”고 들려줬다.


게이츠는 지난 수 년 동안 발머를 경질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물리쳐왔다. 월스트리트가 매긴 발머의 성적이 낙제 수준이었음에 비추어 볼 때 게이츠는 발머를 적극 옹호한 셈이다.


발머가 조타수를 잡기 전 MS의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13여년이 지나, 그가 퇴진 계획을 밝히기 전 날 시가총액은 그보다 절반 아래인 2700억 달러에 불과했다.


◆ 행동주의 투자자 제프리 어번이 주도= 발머 은퇴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행동주의 투자자 제프리 어번이 MS 이사회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어번은 올해 4월 자신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밸류액트 캐피털매니지먼트를 통해 20억 달러 상당의 MS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노무라증권의 릭 셔런드 애널리스트는 “MS 이사진이 밸류액트의 압력을 받은 것 같다”는 추측을 월스트리트저널에 들려줬다.


올싱스디지털은 이런 짐작이 사실이었음을 MS 내부 소식통에게서 확인하고 막후에서 벌어진 공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어번은 MS에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그러자 MS는 이사 선임을 둘러싼 공개적인 다툼은 더 많은 투자자를 자극해 동참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MS 이사회는 결국 발머 사퇴라는 카드에 뜻을 모았다. 여기에는 물론 게이츠 이사회 의장도 동의했다.


어번의 MS에 대한 공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밸류액트는 MS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액을 요구했다. 밸류액트는 MS 이사 자리를 놓고 위임장 쟁탈전을 벌일 것인지 30일까지 의향을 밝혀야 한다. MS가 어번에게 선물을 듬뿍 안겨줌으로써 이사 자리를 지킬 것인지 주목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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