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수도권 아파트값이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매로 넘겨진 아파트의 감정평가액도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반면 하우스푸어 증가 영향으로 경매 물건의 등기부등본상 채권 총액은 늘고 있어 전세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2000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원 경매장에 나온 수도권 소재 아파트 신건(경매로 처음 넘겨진 물건) 13만6885건을 조사한 결과, 올해 신건(7981건)의 평균 감정가는 3억8057만원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아파트 신건 평균 감정가가 이처럼 4억원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7년(3억661만원) 이후 처음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1억원 수준을 유지했던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감정가는 집값 상승기였던 2007~2008년 4억원 대로 크게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11년(4억7719만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감정가가 4억1911만원으로 전년 대비 6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4000만원 가까이 하락하는 등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감정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등기부상 채권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데 있다. 낮은 감정가는 경매 낙찰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전세 세입자 등이 회수 가능한 채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감정가 대비 근저당 설정액 비율은 올해 112%에 달했다. 이는 은행이 경매에 나온 아파트를 담보로 빌려준 돈이 감정가보다 12% 더 많다는 의미다. 2011년 82%를 기록했던 이 비율은 지난해 108%로 26%포인트 급증한 이후 올해 또 다시 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근저당뿐만 아니라 전세권이나 가압류 등 비담보채권까지 포함한 등기부상 채권 총액 평균은 올해 기준으로 평균 감정가의 171%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136%에서 무려 3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고가의 아파트들이 대거 경매장에 등장하며 평균 감정가를 끌어올렸지만 아파트값이 꾸준히 하락해 감정가 평균이 다시 4억원 밑으로 내려갔다"면서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세입자들의 채권 회수 여건은 금융위기 이후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라며 "새롭게 전셋집을 구할 때 등기부등본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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