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공공성’ 카드를 또다시 내놓은 배경에는 박원순式 정비사업 철학을 좀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취임 후 재건축 단지의 소형주택 건립 비중을 높이거나 주변 지역의 개발 압력을 우려, 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제동을 건 사례도 같은 선상에 있다. 최근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 공공건축가를 투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단지에도 공동성과 창의성을 반영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20일 박 시장이 발표한 ‘서울건축선언’의 10개 조문 역시 공공성을 바탕에 뒀다. 기존 민간 주도의 도시재정비 방식에는 공공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박 시장은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 확대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취임 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첫 심의안인 개포지구에 이어 반포한양 등 강남권 3개 단지의 재건축을 줄줄이 보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12월 상정된 방배삼익 재건축 및 방배경남 재건축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안은 서울시 도시계획의 변화가 그대로 반영됐다. 방배삼익은 인근 아파트단지의 높이를 고려하고 주변 단독주택지에 위압감을 최소화하도록 최고 높이가 29층에서 26층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종상향(2→3종)을 신청한 방배경남은 주변지역에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이유에서 보류됐다.
뉴타운 출구전략도 공공성을 기반에 뒀다. 전면철거식 개발을 지양하는 대신 주민이 직접 개·보수 등에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내놨다.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구역별 실태조사 자체도 이번 건축선언에 포함된 공공성, 공동성, 안전성, 지속성, 자생력, 역사성, 보편성, 창의성, 협력성, 거버넌스 등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자연경관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도시계획 심의 기준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독바위 1·2 역세권시프트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안’ 등 같은날 올라온 6개 안건이 모두 보류 등의 결정을 받은 것도 스카이라인이 왜곡되고 기반시설이 과부하된다는 도시계획 심의 관점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공건축가라는 새로운 시스템도 내놨다. 건축 전문가로 구성된 공공건축가 풀을 구성, 민간 재건축에 자문하는 제도로 잠실5단지와 가락시영아파트를 시범 단지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1만1000여가구로 탈바꿈하는 둔촌주공에도 공공건축가를 투입하기로 했다. 최고 35층으로 결정된 층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경계부는 조정에 들어갔다. 한강변과 맞닿은 단지는 아니지만 1만여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주변부 주거지와의 조화를 감안하겠다는 이야기다. 또한 단지 중앙에는 통경축을 배치, 동측부 개발제한구역까지 생태공간을 연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을 연계한 담장없는 열린 주거단지가 계획된다. 이밖에 법적 커뮤니티 시설 외 보육시설, 작은 도서관, 경로당과 같은 계층별 필수시설을 총량제로 묶어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서울건축선언을 기점으로 개발 주체들의 합리적 협력과 민간과 공공의 창조적 거버넌스가 구축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정비사업지별로 강조됐던 공공성 강화안도 좀더 탄력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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