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에도 정부 전세자금대출 작년比 30%↓
저소득층 월세비중 40%↑·소득요건 변경 영향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전셋값이 폭등하는데도 저렴한 금리가 큰 장점인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실적은 줄었다.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잔액이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기준 변화와 저소득층의 '월세 살이'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전세뿐 아니라 월세를 포함한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민주택기금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대출 실적은 8573억5700만원으로 전분기 9419억8000만원보다 8.98%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335억6500만원보다는 30.49% 감소했다.
2012년 전체의 정부 전세자금 대출금액은 총 4조7670억5700만원으로 2011년 4조7881억3700만원보다 소폭 줄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엔 1조1000억~1조3000억원대였으며 올 들어서는 1조원 아래로 급감했다. 정부의 정책 변화와 전세물량 감소, 월세물량 증가 현상이 맞물린 탓이다.
정부는 올 들어 전세자금대출 신청 소득 요건을 단독 세대주 소득에서 부부합산 총소득 기준으로 변경했다. 세대주 단독 소득 3000만원 이하일 때 신청 가능하던 요건을 부부합산 총소득 4000만원 이하로 조정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 4월엔 부부합산 소득 요건을 4500만원 이하로, 다시 지난 6월 5000만원 이하(신혼부부 5500만원 이하)로 수정했다. 대출금리 또한 올 초 3.7%에서 현재는 3.3%로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세대주 단독 소득만 기준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일하지 않는 사람을 세대주로 변경해 편법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았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세자금대출 소득요건 기준을 변경했고, 이 때문에 올해 전세자금대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소득층의 전세 거주 비율이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국토부 주거실태 조사를 보면 월 가구 소득 200만원 이하의 수도권 저소득층 월세 거주 비율은 지난 2006년 30.6%에서 2012년 40.3%로 증가했다. 또 수도권 전체 가구의 월세 비중은 23%로 저소득층 월세 비중보다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에는 전세물량이 없고 저소득층일수록 월세로 거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요인이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 감소의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반 전셋값 폭등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있어 전세대출 조건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금리의 정부 전세대출은 줄었으나 시중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잔액은 지난해 1월 4조9138억원에서 올 7월 9조2435억원으로 88.1% 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내현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 전세자금대출 지원 실적이 지난해보다 저조하고 특히 신혼부부 지원액이 줄었다"며 "소득기준을 올리고 다른 대출이 있더라도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이 매매수요를 억제해 오히려 부동산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는 데다 소득기준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저소득층 대상 정책이어서 성급하게 기준을 추가 완화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저소득층의 경우 월세 거주율이 높기 때문에 이제는 전세자금 저리 대출보다 직접적으로 주거비를 보전해주는 '주택바우처' 등의 월세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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