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한반도가 가마솥처럼 달궈지고 있다. 올 여름 최고 기온은 남부지방이 37~39도, 중부지방이 33~35도로 기상청 관측기록으로는 평년에 비해 4~5도 정도 높은 수준이다.
올해 무더위의 가장 큰 원인은 해마다 장마철 이후 한반도 여름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특히 세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형성되는 태평양 서북 해안의 해수온도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상승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어느 해보다 강대해졌다"고 말했다.
이 북태평양 고기압은 온난다습한 성향을 지닌 고기압으로 올 여름처럼 세력이 축소되지 않고 장기간 한반도와 동아시아 일대에서 세력을 유지할 경우 폭염이 발생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4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농촌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특히 한증막 더위를 느끼는 것은 올해처럼 평균 기온이 올랐을 때 기온 상승에 따른 가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등이 열을 더욱 상승시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도시에서는 낮 동안 아스팔트 등의 구조물이 직사광선을 받아 축적됐던 열이 밤에 복사열로 다시 배출되면서 열대야 현상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지난 9일 강릉과 함양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한반도 최초로 '초열대야'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초열대야현상은 아침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경우로 강릉은 지난 9일 아침 최저기온이 30.9도였으며 이날 경남 함양에서도 아침 최저기온이 30.8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열대야로, 30도 이상일 경우 '초열대야'라는 용어를 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로 높았던 최저기온이 1951년 8월20일 광주에서 기록된 29.8도여서 용어 자체가 사용된 적이 없었다.
한편 이번 무더위는 주말을 기점으로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이번 주말부터 세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부지방은 17일 이후, 남부지방은 20일 이후에 폭염이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