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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문승국 '읍참마속'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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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5일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사임했다. 문 부시장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표를 제출했고, 박원순 시장도 이날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문 부시장의 이날 전격적인 사표 제출과 박 시장의 수용은 두 사람의 관계와 최근 일어났던 사건들에 비춰 볼 때 의외의 일이라는 게 서울시 안팎의 반응이다.


문 부시장은 박원순 시장과 희망제작소에서부터 함께 일해 온 일종의 '창업 공신'이다. 육사 출신 '유신사무관'으로 공무원이 된 문 부시장은 서울시 도시계획과장ㆍ물관리국장을 역임한 후 공직에서 은퇴해 2009년 희망제작소 고문으로 일하며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보궐 선거에선 도시 계획ㆍ행정 등의 공약을 정리하는 등 브레인 역할을 했다.

문 부시장은 특히 변호사ㆍ시민단체 출신이어서 공직 사회와 친숙하지 않은 박 시장을 보좌해 공무원들을 다독이고 시정 안팎을 돌보는 등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박 시장도 원래는 이런 문 부시장을 든든한 '동지'로 여기면서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때까지는 함께 일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은 문 부시장이 지난 22일 노량진 상수도공사장 수몰 사고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낸 사표도 반려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공사 자체가 전적으로 감리업체가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책임감리제'로 진행돼 서울시가 책임질 일이 없는데다 시신 수습 3일 만에 유족들과 원만하게 보상 협의가 끝나는 등 사태 수습도 비교적 원만하고 신속하게 잘 됐기 때문에 문 부시장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며 사퇴를 만류했다. 박 시장은 또 얼마전 내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분위기 쇄신 및 조직 다잡기를 명분으로 문 부시장에 대한 경질론이 떠돌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사표 반려 후 문 부시장의 사퇴는 일단 유보된 것으로 정리되는 듯 했지만, 이날 갑작스럽게 사표 제출과 수리가 이뤄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는 우선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다"는 문 부시장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안팎의 분석이다. 노량진 상수도 공사 수몰 사고가 비록 잘 마무리되긴 했지만 실수에 의해 5명이 희생된 명백한 '인재'(人災)로, 시 입장에선 강력한 감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조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 부시장은 비록 박 시장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며 사표를 반려하긴 했지만 자신이 사퇴해 최종적인 책임을 짐으로써 실무라인에 있는 후배들을 살릴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준 것이다.


박 시장으로서도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 대내외의 따가운 시선, 조직 관리 차원에서라도 '눈물을 머금고' 문 부시장을 '읍참마속(泣斬馬謖)'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실무적 최고 책임자격인 문 부시장이 사퇴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악재로 등장한 노량진 사고에 대한 박 시장의 책임론도 일단락되는 정치적 효과도 자연스럽게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 부시장의 사퇴를 두고 "요즘 보기 드물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한 네티즌은 "용산 참사에도 사퇴는 커녕 조문도 안 온 이들이 있는 반면 깨끗하게 물러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신선하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등 일각에선 "꼬리자르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문 부시장은 물러나면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한 정책의 결과에 대해 미래에 시민들로부터 받게 될 심판을 가장 큰 두려움으로 여겨야 한다"며 "공무원은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후대에 대한 무한책임감과 가치중립적인 사고를 견지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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