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삼성특검, 삼성X파일 등 그간 삼성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삼성그룹을 향해 "광장으로 나와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재벌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하며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진보논객이다. 강연자와 강연 주제 모두 '파격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17일 김상조 교수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삼성-사회속의 삼성'이라는 주제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미와 삼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너무 과잉 규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사회가 정한 룰 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주고, 그것을 일탈하는 사람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방법론적인 원칙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풀이했다. 이에 근거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 민주화 정책은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자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쎄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삼성이 그 놀라운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사회에서는 명과 암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가란 질문을 제기한 김 교수는 "그 놀라운 경영성과 때문에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연결돼서 스스로를 한국사회 밖으로 인식했던 것 아니냐. 그러나 사회가 변했기 때문에 삼성도 한국사회 안으로(구성원의 하나로) 들어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삼성이 열린 공간으로 나와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재벌총수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을 빗대 설명하며 "재벌 총수들은 주변사람의 필터링된 정보만 듣고 세상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광장으로 나와 단면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으려면 밖으로 나와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평판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삼성의 적이 아니다. 삼성을 사랑하지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라고 강연 소감을 밝힌 김 교수는 이날 수요사장단 회의 강연자로 본인을 초청한 것을 두고 '삼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나를 초청한 것은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만큼 삼성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성대학교 무역학과에 재직 중인 김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벌개혁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입법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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