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리더의 애플 < 집단지혜 포용하는 구글
LG경제연구원서 분석
잡스가 이룬 혁신, 그의 부재로 마침표
조직원의 다양한 아이디어 수렴한 구글
조직의 핵심가치와 결합, 쉼없이 진화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한 명의 천재적인 리더십에 의해 성공한 기업이다. 하지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애플은 혁신의 부재라는 비판과 경쟁사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리더 한 사람의 의견에 의존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을 통해 '집단 지혜'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16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각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회사'란 조직원들의 지혜를 직급이나 나이, 성별, 인종 등에 따른 편견 없이 통합해 활용하는 회사다. 이러한 모습을 갖춘 기업의 원형 중 하나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다. 1980년대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도요타의 고효율 생산 시스템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벤치마킹을 거듭했다. 오랜 기간의 벤치마킹 끝에 미국 회사들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도요타는 현장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하나하나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경영에 반영해 나가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었다.
◆핵심가치 명확하게 설정..구성원들에게 감동줘야 = 다양성을 포용하는 회사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핵심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다양성을 강조할 경우 자칫 회사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먼저 직관적이고도 감각적으로 구성원들의 가슴에 꽂힐 수 있도록 핵심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어렵고 복잡하거나 유려하기만 한 말들은 큰 의미가 없다. 구성원들의 감성을 매만져주고 감동을 주는 핵심가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왜 회사를 운영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익 창출이라는 기본 목표가 있지만 사람들은 돈 때문에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제약업체인 에이사이의 예를 들어보자. 에이사이는 부단한 조직 변화 노력을 통해 구성원들의 지혜를 널리 흡수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알려졌다. 에이사이는 우선 '어떤 회사가 되길 원합니까?'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람을 위한 건강관리'를 이끌어냈고 이를 '이노베이션을 위한 서약'이라는 일종의 세부 성명서로 자세히 풀었다. 에이사이는 이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마음과 지혜를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영자들이 앞장서 의사결정의 중심에 핵심가치를 놓아야 하며 이에 따라 전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독려해야 한다.
◆에릭 슈미트 "인재는 풀어줘야"..자율성 보장 = 구성원에게 잠재되어 있는 각자의 다양성을 충분히 잘 이끌어 내려면 일하는 방식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주요 심리학 이론들에 따르면 사람들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해 줄 때 그 사람에 맞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일례로 구글의 회장 에릭 슈미트는 "우리 회사의 핵심 전략은 좋은 인재를 확보한 후 그들을 풀어 놓는 것이다"고 말했다. 과거 등소평도 수정된 사회주의 노선과 함께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주장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핵심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알아서 하도록 가급적 내버려 둬야 한다. 일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께 가는 동지라는 생각으로 각자의 방식을 존중해줘야 다양성이 살아날 수 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리더에 대한 신뢰 뒷받침돼야 = 기업 내 다양성이 보장되려면 '성과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리더의 몫'이라며 리더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조직 내부에 굳건히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는 절차적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즉, 평가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간 서로 공유하고 논의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연말에 평가 결과를 놓고 무엇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논의하고 피평가자의 변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원은 "리더가 내 업무와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몰라서 잘못 평가한 것이 아니구나. 나름 이유가 있구나"라고 깨닫고 "내 의견을 다시 한번 들어주는구나"라며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과정은 구성원들이 업무적인 측면은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리더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물론 조직의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존의 위계적인 조직에 익숙한 리더와 구성원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급하게 움직이기보다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구조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한걸음씩 움직여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장려하고 자율을 허용하다 보면 기존 조직 체계에서는 드러내기 힘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다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견고하게 살아남는 기업이 되려면 다양한 생각들을 품어내는 기업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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